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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안양교도소의 봄 -1992년

왕거미지누 2004. 7. 17. 13:37

[수채화] 안양교도소의 봄 -1992년   

   1992  /  8절지 / 종이위에 수채


내가 거처하는 방은 2사 하 2방이다 

내방 창문너머로 보이는 저 건물은 1사 병동이다 

병사에는 누가 있는지 몰라도 병사는 건물이 하얗다 

괜히 창백한 병자의 얼굴이 떠오르고 의사의 가운이 마스크가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다  

1사와 2사 사이에는 작은 빈터가 있고 나무들이 있고 빨래건조대가 만들어져 있다

겨울은 가고 드디어 꽃이 피는 봄이 왔다 

내방에 머물러 있을 턱에 없어서 이렇게 그림을 그릴려고 방에 쳐박혀 있는게 신기할 지경,


아침에 일어나서 문을 따면 바로 나가서 9방, 12방을 들러 16방으로 가서 하루를 지낸다

아침을 먹고 놀다 운동장에 가서 농구를 하다가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도 16방 순형형네서 지낸다

그러다 재미없으면 2층으로 올라가 그래도 만만한 전교조 이수호선생님방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먹는다.

매일매일 면회를 오는 사람들이 있는 수호샘은 범털이다. 먹을것도 많다. 좀 나눠 먹어도 된다.


야쿠르트와 식빵, 콜라, 레몬씨 등을 조합해서 술을 담가서 회식도 하고 

돌아가며 자신의 삶을 전공을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화가는 하루에 한번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고 뻥을 치며

왜 스케치북과 파레트와 물감, 붓을 주지 않느냐고 여기저기 큰소리를 쳐대고 

못살겠다고 고래고래 떠들다가 막상 화구들을 줘서 난감했다 

그리을 그려야 해서 돌아다닐수가 없게 되었다 헐~~~

갑자기 차분해져야 했다 방방 뜨던 날들은 안녕!! 허헐~~~


안양은 소년수교도소라  돌아다니다 보면 '공안형님'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피래미만한 애들이 형님형님 하는게 싫지도 않았지만 용그려달라는 건 싫었다 

장미나 그려줄까 하면 물러서는 녀석들 

반찬 좀 했다고 지네방 상석으로 초대하는 녀석들 

장기7년 단기5년을 열일곱으로 멈춘채 살아야 하는 녀석들 

200원짜리 야채크래커를 300원짜리 빠다코코넛으로 바꿔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감하는 바람에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봄이 맑게 조금은 아직 차갑게 다가오던 날

사노맹의 0동지는 자신의 불었다는 사실로 눈물글썽이고 있던날 

제파PD 두친구는 사이좋게 봉산탈춤을 치던날 

면회오는 아내와 엄마에겐 미안했지만 내 인생에서 '소풍 나온 듯 한 날'

1992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