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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열우물길 벽화제작 모습 (사진·열우물프로젝트추진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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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골목을 따라 걸으면 양 옆으로 낮은 집들은 서로를 품으며 서 있다. 이젠 너무 낡아 세도 안 나가는 빈집, 사람이 살지 않아 닫혀 있는 대문이 드문드문 있지만 높은 골목 끝에서 내려다본 이곳은 마치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술래잡기, 소꿉놀이 하면서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던 골목길의 정겨운 모습과 겹쳐져 아른거린다.
부평구 십정1동 열우물길. 1960년대 말 70년대 초, 서울과 인천의 철거민촌에서 옮겨온 이주민들이 야트막한 산자락을 차지해 동네를 이루고 사는 곳이다. 지금은 안성길, 신덕길 등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뛰어 노는 놀이터며, 동네 사람들에게는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의지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하지만 도시기반 시설이 취약하고 주거환경도 열악해 오랜 기간 동안 주민들이 원했던 주거환경개선지구 지정이 지난 2월 확정됨에 따라 머지않아 이러한 동네의 모습은 높은 아파트와 잘 정비된 도로 등이 대신하게 된다.
이제 한 두 해 후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하나 둘씩 떠나 천천히 사라질 이곳이지만, 훗날 십정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곳 동네가 살아가던 모습과 문화, 주민들의 모습을 ‘담고’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열우물프로젝트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상목)가 그들이다.
열우물프로젝트는 지난 2002년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 이후 어려운 생활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동네 벽면에 벽화를 그린 것을 시작으로 2004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다.
이번 제5차 열우물프로젝트는 크게 동네 벽화제작과 사진전시, 미술작품 전시로 진행된다. 벽화제작은 비록 없어지게 되지만 개선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까지 적어도 2년은 살아갈 동네를 좀 더 활기차고 희망차게 가꾸기 위한 작업으로 6곳 7개 벽면에 이뤄진다.
특히 오래 전부터 동네 교육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해님 공부방’ 아이들의 눈으로 동네를 보고 미술작업으로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또 이곳 공간과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이를 위해 ‘인천희망그리기’ ‘거리의 미술’ 등 벽화작업과 사진, 영상작업이 가능한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특별한 재정이 마련되지 않아 자기 주머니를 털기도 하는 이들은 이곳 열우물길의 역사와 삶을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모든 작업을 시작한다. 이번 열우물프로젝트 사업을 중심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진우 사무장은 “동네의 현실을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시각으로 담고 전시하는 것은 동네 주민들과 우리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윤택하도록 하기 위해 각자의 마음을 나누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열우물프로젝트는 오는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주말에 걸쳐 동네 벽화제작을 진행하며, 동시에 동네 곳곳에서 사진전과 아이들의 작품전시도 펼쳐진다. 문의·016-753-8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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