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in BLUE
김태균 사진展
2007_0419 ▶ 2007_0523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06×143cm_2005
파랑이 듣다. ● 어쩌면 바다를 본다는 것은 다른 어떤 풍경이나 대상을 본다고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 말하자면 채 다 보아지지 않는 어떤 것 앞에서 시선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대략적으로 가리키는 말일 것 같다 (칸트적 숭고!). 그리고 그와 같은 이완의 체험이 명료하게 보아야 할 것들, 시선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들로 가득한 일상의 끊임없는 수축에 일시적인 중단을 선사하는 것이리라. 적어도 김태균의 사진들은 여러 가지 점에서 그와 비슷한 의미로 다가왔다. 또 화폭을 시원하게 채우고 있는 일견 미니멀한 수평선의 이미지들을 처음 접했을 때 바다 앞에 섰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모르는 기분에 잠겨버렸다. 어떤 강한 주장도, 충만한 의도도, 심지어 엄청난 노동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파랑/들. 옅은 장및빛이 감도는 하늘색, 물에 잉크방울을 떨어뜨린 듯 울먹한 짙은 코발트 블루, 잔잔하게 물결치는 남보라, 프러시안 블루, 울트라마린 블루, 플로리다 블루, 그 밖에 일일이 이름으로 부를 수 없는 무수한 파랑들.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43×106cm_2005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43×106cm_2005
작가의 비슷비슷해 보이는 사진들은 파랑에 대한 일관된 추구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가 화가였다면 팔레트 위에서 색을 섞었겠지만 사진가인 그에게 색채에의 탐구는 끊임없이 발견하고 조우하는 과정일 것이고, 바다와 하늘은 사물로서의 피사체 이전에 파랑의 무수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유동하는 장일 것이다. 괴테는 청색이 암흑의 산물이라고 했다. 암흑 속에서는 눈이 고도의 이완과 감응 상태에 있게 된다는 것도 그는 관찰했다. 어둠 속에서, 때로는 감은 눈 속에서 우리는 갖가지 예기치 못한 이미지들의 출몰을 경험한다. 낮의 빛이 선사하는 이미지들과는 완전히 다른 비정형의 유동적인, 반쯤 묶이다 만 이미지들.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06×143cm_2005
암흑이 파랑을 낳았고, 따라서 파랑이 검정의 산물이라는 괴테의 말을 우리는 김태균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이 파랑/들을 주로 깊은 밤을 지난 새벽 시간대에 얻었다고 한다. 대부분 아직 태양광선의 초록, 노랑, 주황, 빨강 스펙트럼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간대의 대기와 바다, 그 파랑과 검정의 세계 속에서 미묘하게 움직이는 수면의 물길, 구름의 퍼져나감, 옅은 흰색 필터처럼 깔리는 안개의 궤적을, 그는 발견하고 프레임에 담는다. 그래서 '일견' 미니멀한 듯 보였던 그의 사진들 앞에서 자꾸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각각의 파랑, 각각의 파도, 각각의 수평선과 하늘과 구름이 모두 섬세한 차이를 드러내며 살아 숨쉬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도 이 사진들은 깊은 새벽과 바다를 닮아 있다. 그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많은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43×106cm_2005
전통색의 파랑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쪽풀에서 얻은 쪽빛일 것이다. 원래 이것은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남색 계열을 지칭하는 구체적인 색상이지만 예로부터 우리가 이 말을 근대적인 광학체계의 한 색을 말하듯 엄격하게 어떤 색에만 쓴 것은 아닌 듯 하다. 그저 하늘의 푸른 빛이 쪽빛이고, 바다의 푸른 빛이 쪽빛이라고 했을 뿐이니, 사람들은 요즘에도 저마다 자신이 만난 아름다운 파랑을 쪽빛이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태균의 파랑/들을 쪽빛이라고 묶어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효석의 달빛이 짐승 같은 숨소리를 내뿜었다면 김태균의 쪽빛은 어둠 속에서 보다 은밀히 맺히고, 풀어지고, 듣는다. 우리의 독일 시인이 남긴 또 다른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므로 자연은 알려져 있거나 잘못 알려져 있는, 아니면 알려져 있지 않은 저 아래쪽의 다른 감각들에게도 말을 건네며, 천 가지 현상들을 통하여 자기 자신과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 정유경
김태균 사진展
2007_0419 ▶ 2007_0523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06×143cm_2005
파랑이 듣다. ● 어쩌면 바다를 본다는 것은 다른 어떤 풍경이나 대상을 본다고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 말하자면 채 다 보아지지 않는 어떤 것 앞에서 시선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대략적으로 가리키는 말일 것 같다 (칸트적 숭고!). 그리고 그와 같은 이완의 체험이 명료하게 보아야 할 것들, 시선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들로 가득한 일상의 끊임없는 수축에 일시적인 중단을 선사하는 것이리라. 적어도 김태균의 사진들은 여러 가지 점에서 그와 비슷한 의미로 다가왔다. 또 화폭을 시원하게 채우고 있는 일견 미니멀한 수평선의 이미지들을 처음 접했을 때 바다 앞에 섰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모르는 기분에 잠겨버렸다. 어떤 강한 주장도, 충만한 의도도, 심지어 엄청난 노동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파랑/들. 옅은 장및빛이 감도는 하늘색, 물에 잉크방울을 떨어뜨린 듯 울먹한 짙은 코발트 블루, 잔잔하게 물결치는 남보라, 프러시안 블루, 울트라마린 블루, 플로리다 블루, 그 밖에 일일이 이름으로 부를 수 없는 무수한 파랑들.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43×106cm_2005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43×106cm_2005
작가의 비슷비슷해 보이는 사진들은 파랑에 대한 일관된 추구의 산물이라고 한다. 그가 화가였다면 팔레트 위에서 색을 섞었겠지만 사진가인 그에게 색채에의 탐구는 끊임없이 발견하고 조우하는 과정일 것이고, 바다와 하늘은 사물로서의 피사체 이전에 파랑의 무수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유동하는 장일 것이다. 괴테는 청색이 암흑의 산물이라고 했다. 암흑 속에서는 눈이 고도의 이완과 감응 상태에 있게 된다는 것도 그는 관찰했다. 어둠 속에서, 때로는 감은 눈 속에서 우리는 갖가지 예기치 못한 이미지들의 출몰을 경험한다. 낮의 빛이 선사하는 이미지들과는 완전히 다른 비정형의 유동적인, 반쯤 묶이다 만 이미지들.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06×143cm_2005
암흑이 파랑을 낳았고, 따라서 파랑이 검정의 산물이라는 괴테의 말을 우리는 김태균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이 파랑/들을 주로 깊은 밤을 지난 새벽 시간대에 얻었다고 한다. 대부분 아직 태양광선의 초록, 노랑, 주황, 빨강 스펙트럼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간대의 대기와 바다, 그 파랑과 검정의 세계 속에서 미묘하게 움직이는 수면의 물길, 구름의 퍼져나감, 옅은 흰색 필터처럼 깔리는 안개의 궤적을, 그는 발견하고 프레임에 담는다. 그래서 '일견' 미니멀한 듯 보였던 그의 사진들 앞에서 자꾸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각각의 파랑, 각각의 파도, 각각의 수평선과 하늘과 구름이 모두 섬세한 차이를 드러내며 살아 숨쉬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도 이 사진들은 깊은 새벽과 바다를 닮아 있다. 그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많은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김태균_If you go away_컬러인화_143×106cm_2005
전통색의 파랑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쪽풀에서 얻은 쪽빛일 것이다. 원래 이것은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남색 계열을 지칭하는 구체적인 색상이지만 예로부터 우리가 이 말을 근대적인 광학체계의 한 색을 말하듯 엄격하게 어떤 색에만 쓴 것은 아닌 듯 하다. 그저 하늘의 푸른 빛이 쪽빛이고, 바다의 푸른 빛이 쪽빛이라고 했을 뿐이니, 사람들은 요즘에도 저마다 자신이 만난 아름다운 파랑을 쪽빛이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태균의 파랑/들을 쪽빛이라고 묶어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효석의 달빛이 짐승 같은 숨소리를 내뿜었다면 김태균의 쪽빛은 어둠 속에서 보다 은밀히 맺히고, 풀어지고, 듣는다. 우리의 독일 시인이 남긴 또 다른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므로 자연은 알려져 있거나 잘못 알려져 있는, 아니면 알려져 있지 않은 저 아래쪽의 다른 감각들에게도 말을 건네며, 천 가지 현상들을 통하여 자기 자신과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 정유경
출처 : 화실전
글쓴이 : 나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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