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_紀行
2007 12 22토-12 27목
문화공간 海市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1359-16 재흥빌딩 3층 032-423-0442
<기행>을 열며
그간 답사나 산행, 여행을 하고서 그린 그림들로 작은 전시회를 엽니다.
가벼운 스케치이기도 하고 회화로서 풍경화이기도 합니다.
원래 조금 욕심내어 큰 전시회로 생각을 했으나 내용적으로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은데다 실크로드와 앙코르왓트, 이란과 터키 등 해외의 역사유적과
이국적인 자연풍경까지 그동안 감동을 받으며 여행한 곳이 제법 있다보니
원래 생각했던 주제의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방대한 대하(大河)로 확대되었고
작업은 따라가지 못한채 숙제만 점점 늘어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밖의 내용은 좀 더 뒤로 미루고 그간 지속적으로 해왔던 우리
국토의 풍경과 삶을 중심으로 기행을 시작합니다.
우리 땅을 통과하진 못했을 망정 수년전 보름동안 중국의 영토를 따라
압록강과 두만강가에 바짝 붙어서 돌아본 북쪽 땅, 고구려의 유적과 웅혼한
백두산, 백두대간의 지리산과 덕유산의 자연, 태백산 자락의 가람과 탑,
그리고 멀리 제주도의 풍경까지 오직 감동의 여운으로 그린 작업들이지만
현장의 감동을 따라가기엔 필력의 한계가 확연합니다.
다만 어떤 가벼운 풍경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체취와 기억, 역사의 향기가 담긴
그림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는 이미 발표한 작품도 있고 대작에 비해 파스텔화 등
소품과 적은 작품 수 때문에 전체의 모양은 아주 빈약합니다. 그나마 백두산에서
제주까지 그림들이 몇 점 모여서 겨우 국토기행의 형국을 갖추어 놓았습니다.
넓은 내용과 무거운 주제임에도 쉽게 전시회를 만든 이유에는 더딘 작업속도와
자꾸 미루고 있는 작업에 좀더 매진하려는 스스로에게 채찍과 독려의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소문내지 못하고 지역의 가까운 지인 몇 분과 우리 회원 여러분들께
초대장을 대신하여 엽서한장 띄웠습니다. 행여 들려주시면 세밑이기도 하니 조촐하게
술한잔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초대일시 22일 토요일 오후 4시
태백산 정암사 90x40cm 캔버스에 아크리릭, 2007
정암사 적멸보궁에는 부처님이 없다. 뒷산 비탈의 수마노탑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기 때문이다. 대신 부처님이 있어야 할 불단에는 황금빛 벽면이 근엄하고도
찬연한 빛을 발하고 있다. 황금빛 벽면이 곧 부처인 것이다.
캄캄한 한밤중 열린 법당 문으로 새어나오는 황금빛 벽면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어두운 탄광촌 산중 깊은 골짜기에서 뿜어 나오는 저 도저한 금빛이라니!
-고한 정암사에서
북으로 가는 길 40X88cm 종이에 파스텔, 2000
중국 투먼(圖們) 의 두만강변 국경대기소에서 북한으로 건너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이모와 조카사이라는 이 중국동포는 쌀, 잡곡, 옷, 텔레비전 등을 꾸린
다섯개의 보퉁이를 내려놓고 하루에 한번 북한으로 가는 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척들에게 선물한 물건과 장사할 물건들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북한을 오간다고 했다.
불과 100여m 정도의 다리를 건너면 곧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인 것이다.
-중국 투먼에서
제주_ 다랑쉬 오름 35X95cm 종이에 파스텔, 2001
어느해 겨울 제주에 가서 지도를 펼쳐들고 간신히 찾아간 다랑쉬오름의 정상에 올랐을때
몸을 가누기 힘들게 세찬 북서풍이 불어왔다. 그에 대면하여 나는 너른 들판과 그 너머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문득 80년대 초 처음 지리산을 올랐을 때 처럼 어떤
비감어린 역사의 풍경들이 내 머리를 때렸다.
1992년 다랑쉬오름 주변 자연굴에서 44년 만에 발견된 4`3항쟁을 피해 온 마을사람들의
고스란히 남아있던 열한구의 주검이나 이재수의 난, 그리고 현기영의 소설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제주 다랑쉬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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