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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이것저것◀/이진우의 작품&전시

동네에서 그림그리기 (작가노트)

왕거미지누 2021. 7. 16. 20:39

동네에서 그림그리기 (작가노트)

 

이 동네는 일제 강점기에 계획된 주거지역이며
부평미군부대의 종사자들이 살았다고 하는 주택들이 있는 산곡동이다.
현재는 원도심 혹은 구도심이라 불리는 동네일뿐이다.
A4용지를 사러가는 오스카문구, 시계만 벽에 걸린 금은방 옹진당,
BYC백양 속옷가게, 냉장고 바지도 파는 한양이불,
주인이 얼마전 돌아가셨다는 신발가게, 하드와 라면을 사러가는 럭키백마수퍼,
그 옆으로 또띠양품이 있고 경남전파사, 아리랑한복, 강화전기철물, 골목집식당,
지금은 미술학원인 모아방, 시장고추방앗간, 청천떡방앗간, 부업하는 곳으로 바뀐 중고마트가 있고
경민약국은 저녁9시까지 문을 연다.
이런 동네의 사거리 모퉁이에 과일야채만물상회 간판이 달려 있는 가게가
바로 내가 그림 그리고 있는 화실이다.
창가 선반에 물감들과 색연필, 색종이, 크레파스 등이 쌓여 있어서
문구점인줄 알고 문 열고 들어왔다가 실례했다며 나가기도 하고
바로 옆 산곡초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우는 분들이 노란조끼를 입고
화실앞 사거리를 지켜 서 있기도 하여 문열어두고 다녀도 좋거니와
먹을 게 생기면 동네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지붕도
빨간 벽도
화분에 심어진 고추도
빨래도
골목그늘에 의자를 두고 앉아 이야길 나누는 사람도
지나는 고양이도
의류수거함도 아름답다.
골목이 가지는 선들,
굴뚝과 전선과 케이블TV선,
폐타이어화분에서 자라는 해바라기,
골목길과 벽,
전신주와 석유통,
의자와 씀바귀 뽀리뱅이,
골목너머 하늘과
더 멀리 산까지
나의 눈에 담기는 동네는 참말로 애정이 들어있어서 그림이 되려고 한다.
동네가 좋고
동네는 그림이 되고
동네에 그림그리는 사람 한명쯤 있어도 좋다.

 

-뫼골의 거미화실에서

 

(위의 글은 8월 3일 전시오픈하는 '인천의 인문학적 풍경전'  전시도록에 실릴 작가노트의 글입니다. 

 아래는 제컴터의 산곡동 그림이 있는 폴더를 캡쳐한 장면인데 부족하고 더 그려야 한다는

 나름의 각오를 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산곡동을 그림들, 한참을 더 그려야하고 좀더 산곡동을 특징해서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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