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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이것저것◀/그림과자료사진함

현장화첩 1~5

왕거미지누 2006. 6. 22. 09:56

지금의 직장에서 일한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이 직장을 다니면서 많은 벽화와 미술프로그램의 진행,

그리고 많은 그림들을 그렸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10년을 넘게 다니던 직장을 나름대로 마음잡고 그린 그림은 없다니,

철저하게 현실과 유리된 삶이었던가...

물론 이전에도 직장의 풍경을 그린 그림들은 몇몇 있기는 하지만

그냥 한번 지나가는 그림이었다

 

어찌하여 조그마한 스케치북 한권을 건네받았는데 크기가 아주 작은지라

공구가방(초등생의 신발주머니? ㅋ)에 넣고 다니기 딱이다

덕분이라면 이상하지만 암튼 스케치북을 일하면서 가지고 다니다보니

그려야지 하는 생각이 가슴에 가득하다

일이란게 시간을 널널히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하다 말고 잠시

그림을 그릴수 있게 된것은 너무 뽀땃한 일이다

차~암~~ 좋은 날들....

 

[기전실입구]

전기실과 기관실로 들어가는 출입문이다

저문을 통과하여 아래로 내려가면 지하2층 정도의 땅아래의 공간이 바로 기전실이다

오래 근무하였더니 저문이 마치 내집처럼 익숙하다

내려가서 옷갈아입고 커피한잔을 마시고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즐겁고도 기쁘기도하고 뭐 별로 안좋은 일들도 간간히 끼여있는

그래도 내삶의 공간이다

우리가족의 버팀이 되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


[103동뒤 벤취와 가로등 ]

여기는 104동 옆의 작은 빈터이다 원래는 아이들 놀이터가 있었는데

놀이터를 없애고 그냥 철쭉을 쭈욱 심어놨다 그런데 일년중 내내 그늘이라

철쭉들이 비리리하다

사람들보고 앉아서 쉬라고 하지만 쉬기에는 좀 척척하고 음습한 느낌이 든다

다만 키낮은 가로등이 있어서 밤에는 그닥 어둠침침하지는 않을것이다

뭐 여름철에는 그늘인지라 쉬기에 괜찮지만..


[밥줄-공구가방]

이 공구가방의  출처는 하얀누리의 신발주머니이다

누리한테 신발주머니가 하나 생겼는데 이미 쓰고 있는게 멀쩡해서 아빠가 쓰기로 했다

이 공구가방에는 늘 뺀치, 니퍼, 마루뺀치, 드라이버, 전기테이프...각종 열쇠들이 담겨있다

소중한 가방이고 자랑스러운 가방이다

가방옆에다가는 <이기사 만세>라고 크게 써놓고는 하트도 몇 그려놨는데

지금은 이기사가 아니라 이계장이다, 하하하~~


[107-2라인 24층의 계단]

매월 13일 혹은 14일에 내가 맡은 동의 전기검침을 하는데

107동 2라인의 24층에 가면 창문을 열고 계단에 앉아 바깥을 보는 습관이 있다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계단에 앉아 바다가 보이는 나만의 자리이기도 하다

물론 창문너머로 바다가 훤히 보이는 날은 거의 드물고

늘상 안개속에 희뿌연함 속에서 아련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바닷물이 차있는 것과 그냥 갯벌일때가 반반이다

하여도 늘 거기는 햇빛에 반사되는 반짝이는 하얀바다이고

희뿌염해도 ....꿈꾸기 좋은 시간을 만들어준다


[CC-TV카메라를 설치하다]

저기 저 카메라는 우리 전기실에서 설치한 가짜 카메라이다

가운데 서있는 잣나무 주변으로 영선반이라던지 아니면 청소하시는 할아버지,

그리고 소장님의 지시하에 우리들이 갖다버린 무수한 폐기물이 쌓인곳이다

처음에는 관리소에서 임시로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며 버릴것들을 쌓아놓았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이 슬쩍 자신들의 처치곤란한 폐기물들을 갖다 버리기도 했다

그냥 풀이나 팍팍 자라줘야 할 곳이 졸지에 쓰레기장이 되었다

어느새 아이들도 거기에 버린 탁자며 의자를 갖다가 놓고

프라이팬이나 그릇들을 주워서 나름대로 놀이를 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쓰레기차를 불러서 다 치우고는 저렇게 카메라 촬영중이라는 표찰을 붙여놨다

그리고도 안심이 안되는지 카메라를 달아놓으라 하여

땅바닥에 철근봉 하나박고 거기에 카메라만 달아놨다

절대로 저건, 하하하~~ 저건 가짜 카메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