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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제작은 또 하나의 전시 기획-디자이너 서동환씨

왕거미지누 2007. 5. 28. 22:36
“도록제작은 또 하나의 전시 기획”
디자이너 서동환씨

기사와 관련된 사진입니다
 “움직이는 미술관이죠. 역사를 기록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무얼 지칭하는 말일까. 전시도록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면 작품을 담은 책자가 비치돼 있다. 대부분 `전시는 무료’라는 통념에 갇혀 전시만 보고 나오기 쉽지만, 전시도록은 사실 놓치면 아까운 책자다.
 
 전시장은 대개 2주 이내에 막을 내리지만, 도록은 감상을 놓친 이들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준다. 민들레홀씨처럼 사람들 사이로 돌아다니면서 감상의 `민주화’ 혹은 `대중화’를 담당한다.
 
 서동환(38·푸른커뮤니케이션 디자인실장)씨는 도록 디자이너다. 조선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하고 책자, 각종 공연 포스터나 팸플릿, 도록 등을 디자인한다. 시각디자이너로 일한 지 14년, 전시도록 제작에 주력한 지 5년이다. 시립미술관·신세계갤러리·조선대 미술관 등 이 지역 굵직한 곳에서 열리는 전시들의 도록을 주로 만들고 있다. 서씨를 비롯해 이 지역 제작업체는 서너 군데.
 
 그의 이야기를 듣자면 도록 제작은 `또하나의 지상전시’를 기획하는 일로 다가온다. 작가에겐 역사책이 되고 관객에겐 지상전시를 선사하는 분주한 가교의 손길. 이를 담당하는 서씨 같은 사람은 `제3의 전시기획자’다. 그 스스로는 `아트북 매니저’라 불리길 꿈꾼다.
 
 “화가의 작품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서 도록 디자인에 반영시키는 게 제일 중요해요. 작품 사진의 색상 조절도 중요하죠. 색감을 최대한 원 작품에 맞춰야 하는데, 사실 똑같이 표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작품 사진 촬영부터 종이 선택, 인쇄까지, 색상을 변화시키는 변수가 많아요.”
 
 색상이 원작과 많이 다르다고 항의하는 작가도 생길 수 있다. 그러면 그는 다시 인쇄해준다. 변수가 많아 일명 `돈 되는 장사’가 되기 어렵지만, 그 역시 미술학도였고 `미술사의 사관’으로서 책임감이 남다른 탓이다.
 
 이렇다보니 그에게 한번 제작을 맡기면 이후로도 거래가 계속 되기 쉽다. “미술사에서 도록이 중요한 건 다들 알지만,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는 작가나 예산이 적은 미술관의 경우 제작 단가를 낮추려고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이 지역에 화단 분위기는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기록 분야에는 투자가 적어 아쉬워요.”
 
 도록은 작품 사진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하는 탓에 최소한의 레이아웃과 전체를 조화시키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감각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은 디자이너로서는 또 한 번의 아쉬움이겠지만, 그래서 또 도전의식이 생긴다. 가령 그가 2005년 제작한 `예술-여성의 힘’전 도록은 `점잖고 잔잔한’ 일반 도록과 달리 파격적인 표지 디자인과 구성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여성작가들의 도발적인 작품 성향과 기획의도를 잘 반영한 결과다.
 
 요즘 그는 지난해 작고한 고 김동하씨의 유작전시회 도록을 만들고 있다. 작품 사진들을 쭉 늘어놓는 그의 눈빛이 신중하다. “제게 도록디자인은 일종의 대리만족이죠. 생업이면서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지만, 저도 언젠가는 순수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이제 전시장에 가면 잊지 말고 도록도 챙겨보자. 한 권에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들이면 오래도록 지상전시를 즐기고 미술문화 활성화에도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
 
 “도록은 대체로 작가가 자비로 만드는 데 무료로 배포하면 부담이 커요. 도록을 공짜로 얻으려 하기보다 직접 구매해주는 게 바람직해요.” `제3의 전시기획자’ 서씨의 권유다.  이혜영 기자 taorm@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