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이 부평신문 2009년 1월 7일자 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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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하나만 그려도 그림이 되요
-마츠모토 기미꼬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을 읽고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벼가 가득 한 논 한가운데에 있는 학교 울타리에서
미술시간에 그림 그릴 때, 내 그림을 들고 이렇게 그려야 한다고
반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었는데 그게 지금의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였다.
고등학교때 미술부와 미술대학, 지금 직장을 다니면서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살고 있다.
그림,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그런데 잘 그릴려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는 일이다.
김이 서린 버스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릴 때 처럼 신나는 기분이 아니다.
잘 그려야 하는, 자알 그려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그리지 않는 다른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자알~ 그려야 하는 스스로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디지털카메라가 고장나서 일주일 전에 부평역 지하상가에 갔다.
수리를 맡기고 나오다가 책파는 문고가 보여 갔었다.
미술코너에만 가면 시간가는줄 모른다 하여 이책저책 돌아보다가 산 책이
마츠모토 기미꼬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이라는 책이다.
콩나물을 그려요!
기미꼬는 사람들에게 검정색지 위에 콩나물을 놓고 검정색지에다 콩나물을 그리게 한다
색상은 빨강 노랑 파랑 하양 이렇게 네가지 색갈만 주고.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리기 위해서 보는 방법이 있어요.
그것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내그림의 방식이예요.
사람들은 콩나물을 그리고, 콩나물 하나만 그려도 그림이 되는 경험을 하게된다.
미술은 곧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기도 하는데 배우면 즐거워지고
무심히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이 들도록 하는 방법,
그 방법을 구체화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미술(교육)의 문제점은
기술을 너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즐겁게 그릴 수있게 하는 기술을
전혀 안가르치는' 데에 있다고 기미꼬는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여태 내게는 즐겁고도 즐겁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서 아, 콩나물 하나만 그려도 되는 것인데 너무
그림속에 많은 의미를 강요하다보니
결국은 재미도 없고 화가라는 의무감으로 그린적이 많지 않았나 싶다.
내가 그리는 내 그림에서도 이랬는데 공부방 아이들에게도
재미도 없고 의무감인 그림을 그리게 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었는데 이런 이유였다니
마지막에 비록 잠깐이지만 제대로 아이들과 그림수업을 할뻔 했었는데
아쉬움이 울컥거린다.
집에서도 작업실에 가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고 그리고 있다.
이제는 콩나물 하나만 그려도 그림이 된다는 걸 알기에
그림은 내게도 그 누구에게도 쉽다는 것을 즐길만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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