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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닷컴 펌글]한가위 맞는 철거촌 사람들의 희망찾기

왕거미지누 2010. 9. 19. 22:36

[주권닷컴]한가위 맞는 철거촌 사람들의 희망찾기

Posted at 2010/09/19 16:46// Posted in 생생매거진 Posted by 우물

골목마다 붙어있는 작은 포스터

흑회색 벽에 하늘색 포스터도 그림같아 보인다.

 

마을 잔치가 열리는 광장은 산동네 아래 한 가운데 있다.

 

주변에는 아파트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한가위를 앞두고 9월 18일 토요일 우리동네에 마을 잔치가 열렸다.
엄격히 얘기하면 우리동네라기 보다는 구시장이 있는 열우물이라는 동네에
주민노래자랑, 먹거리장터, 바자회 등이 열렸다.


오랜만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활력이 넘쳐보였다.
"아 ~ 이런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살고 있었구나."라는
감탄이 날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모여 앉아
저녁 시간도 잊은 채 노래자랑을 구경하고 있었다.


주거환경개선사업 때문에 떠날 날 만을 오늘 내일 하며 지내온 20년 세월.
그 세월은 골목을 놀이터 삼아 놀던 아이들을 다 키워냈고
그 세월 속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이제 마을 잔치를 준비해
마을 사람들이 한가위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1동 216번지.

 

아침부터 명절 선물을 배달하느라 십정1동 216번지를 찾았다.
김 상자를 가지고 차에서 내리는 데 오랜만에 본 기찬이 형을 만났다.
호찬이 형과 해님공부방 선생님은 오후부터 있을 '열우물 한마당'을 준비하느라 천막을 나르고 있었다.
"호찬이 형!"
"어? 웬일이야?"
"명절 선물 배달하느라고..."
"아~ 힘들다. 오랜만에 천막 나르니까 힘드네..."
"차들이 너무 많은 데요. 주차한 차들좀 빼야겠어요."
송기찬. 이 형은 직업은 법무사다.
하지만 법무사는 밥 먹고 사는 일(이것이 직업이라면 직업이지만)이고
밤낮으로 하는 일은 해님공부방 교사를 일하고 있다. 투잡(?)이라 할 수도 있다.
이 형을 만난 지는 10년 쯤 되어간다.
호찬이 형은 대학생 때 공부방에 자원교사로 와서 지금은 열우물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작은 방에 세들어 살면서 공부방을 운영을 하고 있다.
외지에서 들어와 아랫 열우물 사람이 된 셈이다.
김햇살. 이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해님공부방으로 돌아왔다.
해님공부방에서 커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해님 공부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으로.

 

열우물 프로젝트 사무실, 동네 색입히기의 산파역할을 하고 있다.

 


열우물프로젝트 사무실 안에 전시된 사진을 보는 주민,

뒤 모습으로도 이 마을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노래를 부르는 주민

 


노래 부르는 주민을 구경하는 주민들

 

철구촌? 철거촌!

 

우리 동네 사람들은 마을 잔치가 열리는 곳을 열우물이라고도 하고 철구촌이라고도 한다.
열우물이라는 이름은 옛부터 내려오던 이름이었지만
철구촌이라는 말은 우리 나라 현대사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철거촌'이라는 이름이다.
이 철거촌은 1960년대부터 서울과 인천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철거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이사와 살기 시작했던 곳이다.
지금은 주거환경지구로 지정되어 다시 철거 예정지역이다.
정부에서 철거지역 거주자들에 대한 대책을 위해
주안공단 부근에 있는 열우물 언덕(십정고개)에 살 곳을 분양하기 시작했다.
이 곳으로 이사온 사람들은 말뚝을 박과 끈으로 말뚝과 말뚝을 이어 집과 집의 경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끈들은 다닥다닥 붙은 벽과 집들 간에 옹벽이 되어 서로 경계가 없는 집들이 되었다.
철거촌 사람들은 40년 세월을 이웃간에 경계없어 서로 가족같이 살아왔다.
하지만 주거환경 바람이 불어 이웃은 없어지고 옆집은 빈어 갔고
노인만 남거나 더 가난한 사람들과 이주노동자들만이 새로 이웃으로 이사오게 되었다.
이 철거촌에 사는 사람들은 예전도 지금도 우리 사회 가난의 굴레를 돌고 돌며 살아가는 것 처럼 보인다.
그래도 이 곳에 사람들이 많이 살 때는 시장이 있었다.
사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상가가 늘어났고 시장이 생겼다. 바로 구시장이다.
십정시장이라고 불리는 신시장이 생기고 이사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구시장은 사라지고 몇몇 문을 열어 운영하는 곳 말고는 대부분 그 흔적만 유지하고 있다.
마을 잔치가 열린 곳은 철거촌 사람들이 만나고 인생을 엮어 가던 시장 한 가운데서 열렸다.

 

비디오가 사라져가는 데도 아직도 영업중이 비디오 가게

 


지역신문에도 소개된 유명한 빵집이다.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요즘 제빵왕 김탁구 덕분에 단밭빵이 잘 팔린다고 한다. 봉빵 맛이 이 집 단팥빵 맛 아닐까? 일품이다.

 


구시장 골목, 상가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다.

 

21세기에도 흑백사진 추억만 가득한 동네

 

4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열우물 동네에 대한 사연과 추억이 얼마나 많을까?
이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철거지역에서 쫓겨나 다시 모여든 철거촌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온 인생살이를 꼬깃꼬깃 사진첩 어딘가에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을게다.
이런 곳에 주민공동체가 탁아소로 시작한 해님공부방(해님방)을 통해 만들어졌고
열우물 마을잔치라는 주민축제도 이 곳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되었다 언젠가 중단되었떤 마을잔치가 다시
2010년 9월에 '한가위 맞이 열우물 마을잔치'로 부활했다.
마을잔치가 열리는 동네(열우물)는 현재 환경개선지구다.
하지만 십수년 동안 지정만 된 채 정비사업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1평에 600~700만원까지 올랐다 내렸다 하며
투기꾼들만 몰린 채 원주민들은 대부분 이사를 했다. 가난으로 이사갈 곳이 없거나
IMF 이후 어렵게 된 가정형편 때문에 이사온 서민들만이 열우물을 지키고 있다.
이 곳은 주거환경개선지역이다 보니 사는 사람들이든 집을 새로 매입한 사람들이든
집을 개보수하며 살고 있지 않는다. 심지어는 구청에서도 동네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있다.
동네는 항상 우울하거나 음산하다.
온통 웃음이 사라진 흑회색벽을 지닌 채 동네도 사람도 살아가는 듯 보였다.

 


마을 사람들이 사진속에 들어와 있다. 

 


동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노점, 이 또한 거리 설치미술인 듯 착각을 일으킨다.

 

다양한 웃음 색으로 만난 주민들

 

웃음이 사라진 흑회색 동네에 다양한 색으로 주민들이 만나다.
흑회색 동네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열우물길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인천희망그리기 사람들이다.
이들은 수년 째 이 흑회색 동네에 색을 입히고 또 입혀왔다.
작년에 일곱번째로 색을 입혔을 때는 온동네가 어느새 미술관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벽화를 그리는 사람들을 넘어서 지역의 문예인들과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열우물망르잔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마을잔치를 열게되었다.
마을 잔치에 나온 사람들은 꼭 담에 그려진 그림과 계단 곳곳에 입혀진 색들처럼
인생의 다양한 색을 지닌 채 모였다.
그리고 그 색들은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열우물에서 만난 3대, 할아버지 웃음이 이렇게 박은 적이 있었을까?

 

흑회색 동네서 찾는 희망, 거리에 입힌 색은 마을 사람들 마음에 물들다.

열우물은 주거환경개선 대상이어서 언제든 다시 철거가 이루어지고
이 곳에 사는 이들은 떠나야 한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가
아파트로 다시 돌아올 사람도 있지만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가야할 정도로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다.
다시 돌아올 곳이 없어지게 된다.
이렇다 보니 이 곳에서 마을잔치를 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마지막일수도 있어보인다.
어떤 이들은 "이제 곧 사라질 동네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마을잔치는

뭐~. 다 쓸데 없는 짓이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 더이상 주민, 마을, 공동체, 희망이라는 이름을 찾기에는

힘겨워 보이는 회색빛 동네처럼 보인다.
철구촌, 철거촌, 주거환경개선지역. 이런 말들 속에 담겨진 인생살이의 힘겨운 추억을 들춰보면
벼랑끝에 선 동네, 마을사람들 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년 째 거리에 색을 입혀오며 바래고 벗겨지면
다시 색을 입혀오기를 반복해온 사람들이 있고,
이렇게 거리에 물든 색들이 사람들 마음에 아름답게 물들어 어디에 살든
우리 세상의 아름다운 색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희망은 항상 있는 것은 아닐까?

 

-위 글은 주권닷컴에서 퍼온글입니다, 글쓴이는 이곳 마을출신이라고 보입니다
 -원문보기: http://blog.ohmynews.com/peoplepower/344067

사진과 설명글이 약간 다르게 달려있어서 퍼오면서 바로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