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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무엇을 매개하는가?

왕거미지누 2006. 2. 2. 01:04
문화예술교육, 함께 길을 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례를 만들었던 2005년,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과의 만남은 많은 이들을 성장시키지 않았나 싶다. 그 성장은 자신의 삶에서 새롭게 등장한 문화예술교육을 스스로가 소화하고 몸의 곳곳에 에너지를 배달하여, 일에서, 관계에서, 사고에서 다양한 곳에 자양분이 되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매개자’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속에서 문화예술교육 무엇을 매개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2005년 7월 북구문화의집 학교-지역사회연계 문화예술교육 매개자워크숍과 그 이후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따로 또 같이 성장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나는야 매개자?!

임광호(광주자연과학고 국사교사):
현지 교사이다 보니, 딱 중간에 있는 매개자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와 문화의집의 매개자, 학교 안에서는 일반 담임선생님들과의 매개자, 다른 또 하나는 학생과 교사 사이의 다리역할을 하는 매개자이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어드바이저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의 매개자였다.

조수란(518역사박물관만들기프로젝트, 꼬망동네프로젝트 내 다큐프로젝트 담당):
북구문화의집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매개자였던 것 같고, 또 프로젝트 내에서는 어드바이저 선생님들과의 소통과 관계의 문제를 푸는 역할, 아이들과 어드바이저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중간자의 역할을 하였다.

우광희(지하도설계프로젝트 어드바이저, 쑤기학교 코디네이터):
작년 한 해 동안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질문이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매개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매개자의 개념과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작년 여름에 ‘매개자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북구문화의집에서 준비한 워크숍에 패널로 참석했었다. 지하도설계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매개자’라고 하는 화두까지 그 고민의 지점이 확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패널들의 말들이 공허하게 들렸고,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도 많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은 개인적으로 나 자신에게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것이 ‘매개자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중 시민문화공동체형성프로그램 ‘쑤-욱’에서 공공미술, 디자인교육을 통해 매개자를 양성하기위해 시도되었던 ‘쑤기학교’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게 되면서 그 질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기초강좌, 체계학습을 거치고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를 직접 실행하는 것을 돕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단순히 기능적인 부족함이 아니라 여러 관계 안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모인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종합해 가는 과정에서 떠나지 않고 따라다닌 화두가 바로 ‘매개’와 ‘소통’이었다. 지하도설계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면서는 그저 아이들과의 관계만을 염두에 두었다면 쑤기학교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자적 관계망 안에서 매개 역할을 해야 했던 것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그러한 경험을 통해 매개자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경험에 비추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자적인 관계망 안에서 소통의 지점을 넓혀가려는 노력이 매개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김미향(518역사박물관만들기프로젝트 영상 어드바이저):
처음에는 학생들과 만나면서 서서히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학생들과 만나면서 어떻게 하든 결과를 이끌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하는 학생들인 것 같은데, 긴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해서 만들어 내야하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관계가 서로 신뢰가 쌓이고 이해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안타까웠던 것 같다.
 
민보영(소리발견프로젝트 어드바이저):
여러 가지 걱정과 설렘으로 이번 소리발견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프로젝트를 처음 접하면서 학생들은 그저 학교수업을 하지 않고 ‘노는 시간’ 쯤으로 생각하고 과제는 주거나 발표를 시켜도 소극적이었다. 그러던 학생들이 교실소리를 찾고 각 모둠별 주제를 정해서 학교 안팎으로 소리를 찾아다니면서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학생들 눈에서는 빛이 났다. 뭔가 가득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한,
 교실에서 나는 소리, 운동장의 소리들, 산책로 가는 길에 들리는 소리, 그리고 웃음소리 등. 우리를 빙 에두르고 있었으나 너무 익숙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소리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면서 학생들은 하나같이 “한 두 개의 소리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있었다니~”라며 신기해했다. 소리 찾는 시간에 제한이 있었으나 아랑곳 않고 ‘새로운’ 소리를 더 찾으려고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귀를 쫑긋거렸다. 찾아낸 소리들은 입으로 중얼 거려보았다. 서툴고 잘못해도 “잘했다, 잘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줬더니 정말 잘했는데도 다시 한 번 하겠다고 우겼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학생들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였는가? 또 왜 학생들에게 내 메시지가 똑바로 도착하지 않은가? ‘나의 소리’는 왜 이해되지 못하고 있는가? 고민이 많았다. 나는 조금 조급해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 녹아 있는 소리의 세계는 참으로 풍요롭고 친숙하다. 그것들을 학생들이 빨리 느끼고 깨닫길 바랐다. 그러나 그런 조급함은 무의미했다. 학생들 스스로 소리를 찾아보고 응용해 봄으로써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다른 선생님(어드바이저)들은 소리에 대한 수용과 영향에 대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서 소리환경을 소리문화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그 ‘참여’ 속에서 그저 학생들과 어우러져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나(어드바이저)의 임무는 함께 어우러지는 것. 그 속에서 학생들이 소리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함께 소리를 찾아다니던 그 과정, 그 자체. 교육이라는 현실적 문제에서 구체적이지 않고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닌,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박시훈(시민문화공동체형성프로그램 쑤-욱 총괄코디네이터)
쑤기학교 한 강좌에서 ‘매개자는 무당과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후로 매개자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 들으면 이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무당은 신과 이야기 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맺힘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 그렇기에 무당은 인간들이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지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풀어줄 적절한 신은 어떤 신인지 신에 대해서도 꽤뚫고 있어야 하니, 생산자라 일컬어지는 전문가 혹은 작가들과 소비자라고 하는 문화적 욕구가 높은 대중 사이에서 누구보다도 서로의 욕구들을 잘 이해하고 조절해야 하는 게 아마도 매개자가 역할이 아닌가 하는 말이다.
이쯤해서 매개자가 왜 존재하는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아마도 대상간의 거리 문제일 것 같다. 인간이 직접 신에게 다가가기엔 너무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고, 그러고 보면 신도 인간사에만 관심을 썼을 것 같지는 않은, 즉 두 대상 사이에는 먼 간극이 존재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와 대중사이의 만남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어 서로가 느끼는 거리는 매우 멀지 않나 싶다. 따라서 이 거리를 좁히고 두 대상간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며 상생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과 사회를 향해 나가기 위해 매개자의 역할은 꼭 필요한 것 같다.
그렇다면 매개자는 단순히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먼 간격만을 메워주는 단순한 역할 위치일까? 아니다. 현 상황에서 매개자의 필요는 아마도 두 대상간의 적극적인 매개자 요구가 아니라 이들의 적극적인 결합 필요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매개자는 독립적인 고유한 자기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풍요롭고 행복한 세계 추구라는 보다 근본적인 매개 이유가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으로 두 대상 간에 매개할 것인가부터, 대상들의 상황, 욕구, 대상에 대한 접근 방법 등 매개자의 역할 수행에 필요한 요소들은 너무나 많고 개별적이 아닌 모두 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매개자가 추구하는 자신의 삶부터도 자기 주체적이고 통합적으로 구성해가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보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매개자는 단순한 매개인을 넘어 고유 기획자, 촉매자, 안내자이기도 하다. 

정민룡(북구문화의집 문화예술교육사업 팀장):
문화예술교육에 있어 워크숍은 교육에 참여하는 교사, 매개자를 재교육하는 수단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워크숍이라는 것에 주의를 돌리는 까닭은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재능과 경험을 나누고 서로 다른 교육현장에 대한 차이를 확인하며 소통하고, 또 이를 결합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술가와 학교선생님은 각자의 영역이 존재한다. 그런데 문화예술교육은 각자의 영역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시키는 방법을 실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교사와 여술가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새로운 파트너쉽을 형성하려면 스스로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매개자의 의미규정을 스스로가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것은 서로간의 소통의 끈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매개자 연수나 워크숍, 직무연수 등의 다양한 통로에서 참여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아니라 그 벽을 허물고 작가나 교사가 자신의 위치에서 매개자로서의 새로운 위치설정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도와주는 것이다. 작가 혹은 교사는 자신의 위치에서 매개자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위치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 새로운 구도의 발견과 그 이상의 것

임광호:
일선의 선생님이나 애들한테 문화예술교육은 굉장히 새로운 것이다. 이 말 자체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 교육현장으로 들어오면서 일선의 선생님들은 전문적인 영역으로 보기 때문에 실행하기 힘들다고 한다. 예술교과의 사람들만이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한정적인 것으로 다가간다. 일선 교과에서 실행할 수 있는 이것을 지도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가 필요하다.

김미향:
한반의 힘을 쥐고 있는 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다른 친구들보다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모둠활동이 끝난 다음에는 질서, 실세권이 바뀌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제도권 안에서는 그러한 질서가 깨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바꿀 수 있다. 선생님들이 진실로 의미를 갖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할 때,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겠다라는 정도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 인생에서 그 시기에 진정한 스승을 만났다면 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이 문화예술교육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더 짚고 가야할 것은 518역사박물관이 다들 성공했다고 하는데, 나는 실패했다고 본다. 적어도 하나는 과정이 완성되지 않아야 정상이다. 우리는 프로가 아닌데, 그 짧은 기간 동안 거의 완벽하게 완성을 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는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 부분마저 빼앗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또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박물관 개관식에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전고필: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주인일 때도 배경일 때도 있다. 일선 교사들이 학교에서 주인을 만드는 작업을 못해서 우리 같은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주인공이 되려하지 말고, 배경이 되려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드바이저는 주인이 될 수 있다.

천윤희: 자연과학고는 구 광주농고인데, 이 친구들에게는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완결된 형태의 전시가 필요하기도 했다. 사업상으로 보여줘야 하는 그런 구조가 있는데, 사업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존재 하지 않는가.

윤현옥(스톤앤워터 연구실장): 사이트를 통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상당히 유사한 점이 발견이 됐고, 흥미있는 점이 발견됐다. 그람시는 헤게모니를 이야기 했는데, 이것은 지적인 설득력을 수반해야 가능한 것이고, 또한 상대방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데올로기의 시대, 권력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나도 딸과의 관계에서도 권력관계라고 생각하는데, 둘 사이에서도 헤게모니를 쥐느냐, 마느냐, 말발이 서느냐 안서느냐에 따라 관계가 변한다.
부처가 말한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거다. 내가 중심이라는 것이고, 내가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내가 헤게모니를 쥘 수 있을 때, 내가 성취감을 이룰 수 있을 때, 자신이 자신의 인생에 주도권을 쥘 수 있을 때 인생을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다. 이것이 문화예술교육과 닿아 있는 지점이다.

천윤희: 매개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가라는 고민과 닿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임광호: 우리학교의 아이들은 놀기를 좋아하고, 교과과정에서는 집중력이 좀 떨어진다는 점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교과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지 삶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인문계고등학교 애들보다 더 치열한 경우가 많다. 사실은 문화예술교육이 이런 부분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내밀한 아픔을 어른들도 조치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것을 가지고 온 아이들인데, 한번도 교과과정에서 주목받지 못한 아이들인데, 이런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이 찾아왔다.
끝났을 때 상당수의 아이들에게 자기효능감 면에서 성공적이었다라고 평가한다. 그래도 라는 단서는, 그 부분에서는 환경이 있다. 아이들한테는 교육과정으로 다가섰다는 것, 더구나 아이들의 개인력이 알려주듯이, 문화라는 말, 예술이라는 말이 아이들한테는 낯선 말이다. 우리가 그 아이들한테 문화기획을 시키고, 영상으로 다가가고, 역사신문을 꾸미고, 나아가 협동화를 그리게 했을 때, 더러는 아이들 중에는 상처를 받은 아이들도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실패를 맛본 아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실패를 맛본 아이들은 하나는 목적의식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것을 수행할 만한 자기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그래도 만만한 게 협동화였다고 치자, 그런데 큰 캔버스를 주고, 518도 잘 모르는데, 그걸로 서사적인 구조를 갖고 그림을 그려야 하고, 색칠까지 칠해야 한다. 그 망막함. 그림이라곤 낙서도 잘 안했는데, 거기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해야 하는데 옆에 친구가 검정색으로 칠하니까 좀 그리다 붓 던져버리고 다른 곳에 숨어서 놀고, 그런 모습을 많이 봤다. 그렇게 붓을 던져놓고 가면 어디가서 뭐 하고 있을꺼다 생각하고 가서 보면 문자보내고, 체팅하고, 그냥 수다떨고 이러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한계 이것이 교육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정민룡: 문화예술교육이 예술이라는 영역, 즉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영역이 있고, 또 다른 부분은 삶의 영역, 삶을 영위하고 꾸려나가는 능력, 가치관을 쌓는 중요한 매개로서 문화예술교육이 자리한다고 말한다.
문화예술교육이 예능교육이 아니라 ‘예술을 통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의 본질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예술을 기능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전반에 있는 기능교육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개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고 있다. 

또 하나는 “애들이 과연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특히 지하도설계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오히려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이것을 해내는 방법과 사례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518역사박물관이 끝났는데, 이 과정이 좋아서 또 다른 학교에서 적용시키려면,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임광호: 교육이라는 것이 아이들한테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인데, 기간이 짧아서 그런 걸 느꼈을 수도 있다. 만화모둠의 경우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만화에 딱히 관심있다기 보다는 어쩔 수없이 밀려서 온 아이들도 있었다. 만화모둠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했을 때는 굉장히 멋지게 수행을 했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불과 두 달의 과정을 겪었었는데, 저 또한 아이들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과정이지 않았나 싶다.

천윤희: 어떤 때는 내가 주가 되고 어떤 때는 내가 대상이 되어야 하는, 항상 대상 중심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매개자 인 것 같다.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본 고에서는 북구문화의집 문화예술교육 매개자워크숍의 대담에서 나왔던 이야기와 그 이후 반년이 지난 후 참석자들이 했던 이야기를 같이 엮어보았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커다란 바운더리 안에서 각자의 처한 위치는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바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교사, 개별 프로젝트 팀장(문화예술교육 강사 혹은 예술 강사),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 운영자, 프로젝트 내의 어드바이저 등 이들 모두는 문화예술교육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다. 이들 개별적인 이야기들은 매개자들의 다양한 시각 중의 일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문화예술교육이 통합적인 감성교육을 목표로 하고, 이를 방법론적으로 직접 경험함으로써 지식의 이식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간다고 할 때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간의 대화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이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과정이 더욱 진지하게 고민되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진지한 토론과 방법의 강구는 서로의 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김수정(highd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