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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문화와 만나는 통(通) 이야기 -2005 사회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장애 유형별 문화예술 체험학교’

왕거미지누 2006. 2. 2. 01:03
장애인과 문화와 만나는 통(通) 이야기 -2005 사회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장애 유형별 문화예술 체험학교’- Read 27 | 2006-01-31

(사)거리문화시민연대에서는 2004년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장애 유형별 문화예술 체험학교’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문화관광부 사회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어 지역의 사회복지시설 10곳을 대상으로 각 장애의 특성과 대상자의 문화욕구와 교육경험, 환경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는데,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하였다.
재활에 중점을 둔 협의의 개념으로 장애와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봐야 할지 아니면 사회와의 소통이 힘든 한 개인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데 기여하고(civilization), 자신만의 소통방식 즉 비언어적인 표현능력을 개발시켜 창의적인 의사소통을 가질 수(communication) 있도록 광의의 개념으로 장애 범위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기획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2005년 들면서 더 구체적인 문제의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진행하는 내내 맘 한 켠에 짐을 안고 있었다. 뿌리 없는 학문을 현장에 맞게 적용하고 방법론을 개발한다는 것은 수많은 장애 패러다임에 대한 중압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좀 더 구체적으로 복지와 문화의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프로그램 개발 연구위원을 두고 예술가, 예술치료사, 임상심리사, 정신보건복지사 등 현장 전문가를 구성해, 지역의 장애인문화교육사례 발굴 및 장애인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 찾기, 치유와 치료의 개념잡기 등 두 달간의 워크숍을 가졌다.

복지와 문화주는 쪽과 받는 쪽, 행위자와 대상자라는 인식이 깊어서일까? 단순히 대상 복지시설의 장애특성만이 아닌 학습대상의 문화욕구와 특성, 학습정도와 경험, 사회복지시설의 요구와 특성에 대해 자료요청 및 현장답사, 연구위원과 복지시설 실무자들과의 간담회는 사실 까다롭고 귀찮은 요구로 비추어져서 몇 번의 만남의 자리를 가지는 동안 복지사들의 불만 아닌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실 복지시설의 입장에서 보면 ‘장애유형별 문화예술체험학교’는 수많은 복지시설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들 중의 하나였고, 강사들이 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가면 그만인 것을 기획한 측에서 두는 사업의 비중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애 특성이라는 것이 ‘이것이다’라고 미리 알고 진행해도 상황에 따른 가변수가 많은데다 장기적 관점으로 들어와도 변화가 보일 듯 말듯하기 때문에, 짧은 교육기간과 사전 조사 작업의 필요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지역에서는 각 영역에서 예술치료든 재활프로그램이든 장애인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네트워크가 없어서 그동안의 자료가 축적도 되어있지 않았고, 치료의 관점으로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팀이 많아서 입장을 좁혀가는 부분도 어려운 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모인 사람들이 하나로 모아질 수 있었던 것은 재활이 아닌 자활, 치료가 아닌 치유로 주입식 교육이 아닌 문화욕구를 기반으로 한 자율 선택 프로그램, 기능교육이 아닌 사회화를 위한 예술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의 힘이었다고 본다.

장애와 만나는 문화예술이야기


시작이 반이라 했다. 어차피 시작부터가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출발선에 섰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강사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상자의 욕구를 끄집어내고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교육대상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프로그램이 종료가 되더라도 지속성을 줄 수 있는 놀거리를 만들어 주고자 했다.
우선 7월부터 정신질환장애인 주거 및 이용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베네스트 산하기관 5곳에서 소리장르(난타), 몸짓장르(마임, 댄스) 워크숍을 실시하였다. 난타의 경우 주변의 소리찾기, 자신만의 악기 구상, 악기재료 장보기, 악기 만들기, 소리를 통해 자신 표현하기, 이야기하기 등의 과정으로 진행이 되었다. 마임과 댄스의 경우에도 몸으로 표현하기, 소리를 듣고 몸으로 표현하기, 표현된 몸동작을 보고 소리찾기 등으로 진행하였다. 이러한 18회의 워크숍을 마치고 8월 26일 대구 도심 공원에서 장애인 편견해소를 위한 문화축제 ‘이상동몽-퍼져라 즐거움, 따로 또 같이’에서도 난타 팀의 경우는 장애인예술단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
산격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6년 동안 복지관에 나오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있었는데, 산격주공아파트의 소위 소식통이었다. 그래서 몸짓장르 교육을 통한 ‘우리동네 이야기’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우리동네 사는 분들을 인터뷰, 관찰하기, 따라하기 등을 거쳐서 하나의 단막극으로 만들어 보았다.
장애청소년학교 한사랑은 장애인 대안학교인데, 발달장애와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청소년들이 많았다. 또래 탈학교 비장애 학생과 함께 벽화작업, 소리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강사는 판을 만들어 주는 역할만 하였고 아이들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벽화를 꾸며나갔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가기도 하였다.

공간속의 미술, 공공미술의 측면에서 접근한 일심재활원의 경우, 정신지체장애인 주거시설이었는데 시설 안의 놀이터 공간은 몇 개의 놀이 시설을 제외하고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놀이 시설 또한 성인이 되어버린 이들에겐 몸에도 맞지 않고 놀이터라 하기엔 재미없는 곳이지만 시설 장애인들에겐 유일한 야외 놀이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놀이를 통해서 공간을 채워나가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는데, 대형 천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위에 비닐을 덮어서 야외이면서도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었다. 그곳은 작업장이 되어서 찱흙, 밀가루, 얼음, 신문지 등 원소스를 이용해 채워나갔다.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의 경우에는 삽살개를 이용해 패션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삽살개는 치료의 목적으로 훈련된 치료견으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으며 아이들 또한 사람들 보다 편히 마음을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삽살개와 함께 핸드링 및 라포형성(서로 친해지는 과정) 기간을 지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선정하고 장보기, 옷 만들기 등으로 진행을 하였다.

향후 방향

얼마전 달그락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특수학교와 접촉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문화예술은 기능교육, 직업재활교육으로만 인식을 하고 있으면서(적어도 대구의 경우에는), 문화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예술을 통한 사회화라는 말은 아직은 낯설고 사회적응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여전히 장애인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 무엇으로 교육을 받고 생존을 위한 그 무엇이 아니면 아직 그들에겐 의미가 없는 것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미술품을 보기위한 과정으로 지하철을 타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을 타야만 난 이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통합교육이라는 말도 장애 비장애 교육이라는 말도 아직 우리에겐 낯설은 말들이다.  장애와 비장애인이 한 교실에서 같이 공부를 한다고 해서 같이 또는 벽화를 그린다고 해서 통합교육은 아니란 말이다.
진정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이 자리를 잡으려면, 재량활동이니 특활이니 하는 교과과정 밖의 수업이 아니라 정규과목 안에서 이뤄져야하며, 특수교사와 사회복지사, 예술가, 기획자, 장애인이 함께 교과과정을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와 특수교육의 시각에서 규정지은 장애, 장애교육에서 좀 더 포괄적이고 특화된 문화영역에서의 장애인 문화교육 개념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할 일이다.
요즘 문화예술통합서비스 구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프로그램)는 존재할 지언정, 문화토양을 만들어 주고 분위기를 만들어줄 그 무언가에 대한 고민은 적은 것 같다. 재활이 아닌 자활로, 치료가 아닌 치유로, 수혜가 아닌 선택의 다양성을 통한 향수권 획득, 개개인의 삶의 복지 향상을 이뤄 갈 때 진정 문화복지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정현 (대구통신원, fom@send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