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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벽화로 세상을 바꾼다 - 벽화봉사활동 이진우씨

왕거미지누 2006. 10. 6. 01:24
<기사> 벽화로 세상을 바꾼다 - 벽화봉사활동 이진우씨

“벽화는 열린미술입니다. 돈도 시간도 따로 낼 필요 없이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나가다가 볼 수 있잖아요?” 보기 싫은 낙서로 가득했던 동네 학교의 높은 담벼락이 어느 날 기분 좋은 그림 옷을 입고 있다면? 벽화를 통해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터넷 다음 카페 ‘거리의 미술 동호회(이하 거미동, cafe.daum.net/streetart)’ 회원들. 지난 4일 저녁, 인천 제물포역 근처의 개인 작업실에서 거미동을 이끌어 가고 있는 ‘거리의미술’, 이진우(41.남)씨를 만났다.

조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씨는 2000년 6월, 벽화를 그리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는 벽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2,3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가입으로 빠르게 활성화되어갔다. 회원수가 3000명에 이르는 인기 동호회로 발전한 지금, 지역마다 모임이 결성되고 벽화의뢰가 들어오면서 저소득층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벽화를 그려주는 봉사활동을 주로 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자연스레 모아졌으며 복지시설, 저소득층을 위한 공부방, 시골의 초등학교의 담벽에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벽화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를 위한 '벽화스터디' 소모임이 구성되어 매달 한 차례씩 벽화공부모임을 갖고 있다.

거미동 회원들은 벽화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끼리 6팀의 ‘거미들’로 나뉘어 활동한다. 벽화를 그릴 장소는 인터넷으로 신청 받아 운영진과 각 지역별로 활발히 활동을 하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한다. ‘자신들의 예술적 재능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인지’가 장소선정에 있어 제일 중요한 기준이다. “우리는 예술적 재능을, 벽이 있는 사람은 벽을,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제공하는 거죠.” 이씨는 일반 봉사단체와 달리 벽화작업에 필요한 물품 값은 벽화를 신청한 시설에서 받고 있다며 각자 가진 것을 서로에게 조금씩 나누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선정된 장소는 카페 게시판을 통해 회원들에게 공개된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다.

이들이 4년 가까이 잿빛 벽을 천연색으로 바꾼 전국의 사회복지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저소득층 주거지역, 공부방 등은 50여 곳에 달한다. 가능하면 시설 수용자나 주민들과 함께 벽화를 꾸미면서 노동과 환경미화의 즐거움을 공유한다. 거미동 회원 정미선(27·여)씨는 “우리가 즐거운 동시에 남들도 즐거워하는 일을 한다는 게 거미동의 매력”이라며 봉사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2002년 6월 시각장애인학교인 인천 혜광학교에서의 벽화작업은 함께 했던 회원들과 시각장애 학생들 모두에게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시각장애인학교에 무슨 벽화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씨는 그 날의 모습을 그가 본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말한다. “동호회 회원 한 명과 시각장애우 학생 한 명이 하나의 붓으로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고, 그 곁에서 다른 시각장애우 학생들이 악기 연주를 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죠.”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지독한 페인트 냄새를 맡으며 완성한 벽화를 그들의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땀 흘려 그린 벽화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기억될 것이다.

거미동 사람들은 얼마 전부터 ‘벽화가 있는 열우물 길,「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프로젝트로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일대 주택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60년대 말, 서울과 인천의 철거 지역에서 옮겨 온 사람들과 주변 공장의 노동자 가족들이 모여 동네를 이룬 곳이다. 주변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지금은 너무 낡아 세도 안 나가는 빈집들이 많다.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햇볕조차 들지 않는 좁은 골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 가진 것 없는 이들은 점점 더 가난해져 장사도 안 되고, 못 사는 동네라고 외국인 노동자들 도 세 들기도 꺼려하는 곳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곳에서 뛰어 놀고, 없는 사람들에겐 여기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그들의 벽화가 주민들에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거미동 사람들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 벽화를 그린다는 생소한 이야기에 선뜻 벽을 내어주지 않았던 집주인들도 하나 둘씩 완성되어 가는 그림들을 보고는 ‘이것도 그려 달라. 저것도 그려 달라’며 달라진 동네 분위기에 즐거워한다.

이씨는 가끔 벽화작업을 하는 곳에 초등학생인 두 딸들을 데리고 간다. 아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아파트 전기기사로 일하며 무리하게 벽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둘도 없는 후원자다. 마침 열우물 길은 이씨의 두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길. 두 아이들에게도 그는 다른 어떤 아빠보다 멋진 아빠다. 아빠가 벽화를 해서 너무 좋다는 두 아이들. 특히 이씨의 둘째 딸, 이하얀누리(10)양은 아빠가 최고라며 아빠 자랑을 늘어놓기 바쁘다.

“그리는 이들과 주민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작업하는 속에서 그것이 벽화를 하는 기술이든, 한두 푼이든, 아니면 그냥 따뜻한 말 한 마디든, 공동체 사회를 향한 작지만 아름다운 시작을 만들어 내자는 것입니다.” 벽화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이씨. “저거 진짜 잘 그렸죠? 작업실에서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었노라고 꼭 써주세요! 하하하” 그리다 만 수채화를 가리키며 농담을 던지는 그의 모습에서 '미술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여유가 배어 나온다.

-------백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