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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물길이야기◀/2011-아름다운동네길展

공공미술과 마을벽화 - 저급한 작품들 담장점령 안타까워

왕거미지누 2011. 4. 23. 22:47

이글은 현재 중앙대학교 교수이며 인천에서 민중미술작업을 해오고 계시는 이종구샘이

인천민미협 카페에 올린글을 그대로 퍼온것입니다. 내용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다시한번 우리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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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과 마을벽화

주민들에 문화예술 향유 기회 제공… 저급한 작품들 담장점령 안타까워

몇 해 전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시 '국화 옆에서'의 시인 미당 서정주의 고향 고창군 돋음볕마을에서는 '국화 옆에서'를 주제로 마을 전체에 벽화를 그려놓고 국화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색색의 국화꽃  그림과 시에 등장하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이며
마을사람들의 초상화를 마을의 담장과 지붕에 온통 그려놓고 축제를 벌인 것이다.
평범했던 농촌마을은 이내 아름다운 예술 마을로 변모했고, 시인의 체취와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끼려는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은 곧 활기가 넘쳤고,
이로 인해 주민들의 경제적 소득도 높아지는 일이 생겼다.

이렇듯 공공미술인 마을벽화는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고, 시민들의 문화 향수권 신장과
주민 공동체를 향한 미술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미술관에 위엄있게 걸려있던 작품이 밖으로 나와, 세상과 만나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문화의 민주화와 더불어 살아있는 생활 속의 미술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문화부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45억원의 예산을 들여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을
펼치는가 하면, 여러 지자체와 문화재단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사업에 동참하는 추세다.

공공미술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마을벽화다. 마을벽화는 대개
전문가 집단이 주도하여 제작하지만 주민과 자원봉사자 등 시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미 많은 마을벽화가 전국에서 제작됐다.
부산의 안창마을과 감천동 태극마을, 통영 동피랑마을, 경주 읍천항, 안성 복거마을, 
군포 납덕골, 서울 망원동 등이 마을벽화로 유명하며, 인천의 북성동 청관, 창영동 책방
거리, 십정동 열우물길 등도 소문이 나있다.
이들 마을은 최근 유명세를 타고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통영 동피랑마을이나 부산 태극마을의 경우 마을 전체를 소박한 그림과
중간 색상의 조화로운 채색으로 시각적 아름다움과 도시재생의 모범을 보인 사례로
꼽힌다.

벽화는 일찍이 고대 동아시아 미술사의 백미인 고구려 고분벽화를 비롯, 중세 유럽의 
교회벽화, 그리고 근대의 디에고 리베라가 주도한 멕시코 벽화운동까지 오랜 세월동안
인류가 남긴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다 70~8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문명비판,  재개발, 인종문제 등 사회 정치적인 이슈를 담은 민중벽화도 유명하다.

한편, 요즘 우리 주변에서 제작되는 벽화를 보면 사회 공동체를 위한 그림보다 마을의
장식화 또는 환경미화 수준에 머문 벽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본다.
물론 마을벽화가 반드시 특정한 주제나 내용을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소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역사성을 고려하여 접근하는 것이 마을벽화의 중요한 항목이다. 이점이
고려되지 않은 채 함부로 그려진 벽화는 또 하나의 시각적 공해를 유발한다.
 
예컨대 오랜 세월동안 낡고 퇴색했지만 시간의 흔적이 오롯하게 남아있는 벽이나 골목의
계단이라면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의 공간적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여 보존해야 마땅하다.
어울리지도 않는 생뚱맞은 도상이나 원색의 물감을 함부로 칠해 놓는다면 이는 창작이
아니라 훼손이며 파괴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다와 갈매기류의 풍경화나
풍속화, 만화 캐릭터 등 상투적인 이미지가 넘쳐나고, 주위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초현실적인
풍경과 저급한 키치미술이 오래된 마을의 아름다운 담장과 골목을 안타깝게도 점령해
가고 있다.

공공미술인 벽화는 일상공간을 아름답게 조성하고 주민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며, 소외지역의 환경개선에도 일조하는 문화적 행위이다.
나아가 도시재생과 문화복지 그리고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회적, 문화적 정책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공공미술의 중요성에 비추어 앞으로 이를 지원하는 정부나 지자체, 기관들은
이를 단기적인 지원 프로젝트로 인식하지 말고, 기획부터 결과까지 전문영역의 철저한
평가와 검증을 통해 공공미술의 사회적, 미학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오랜만에 공공미술과 벽화운동의 열기가 뜨거운 이때,  작가들 또한 막중한
사명감으로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벽화 제작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