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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골목골목 피어나는 감성...인천으로 떠나는 '예술기행'

왕거미지누 2014. 9. 24. 21:01

[여행] 골목골목 피어나는 감성...

인천으로 떠나는 '예술기행'

                                                        2014년 9월 23일 / 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원문보기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40923010012021

MK뉴스 원문보기http://news.mk.co.kr/newsRead.php?no=514393&year=2014



은밀하게 그러나 위대하게, 열우물길 벽화마을 

                                                 =권다현 여행작가


행정구역상 명칭은 십정(十井)동, 그래서 이름도 어여쁜 열우물이다. 

이름 그대로 예전에 이곳에 열개의 우물이 있었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한겨울에도 따뜻한 김을 내뿜는 우물이 있었다하여 열우물이라고도 한다. 

뜻이야 어찌되었든 그만큼 사람 사는 정겨운 풍경이 꽤 오래전부터 이어지던 동네겠다. 


이웃에 자리한 미끈한 고층아파트 단지와 달리 이 동네엔 허물어진 담벼락과 낮은 슬라브 지붕, 

이리저리 얽힌 콘크리트 계단이 마구잡이로 놓여있다. 

경사도 만만치 않아 몇 번이나 숨을 골라야 한다. 

재개발이 임박해지면서 빈집도 제법 눈에 띈다. 

그런데 이런 동네에 저마다 카메라 하나씩 둘러맨 여행자들이 꽤나 들락거린다. 

삭막하기만 했던 열우물이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소문이 나면서다. 

최근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팬들의 발걸음이 잇따르고 있다.  


열우물길 벽화마을의 시작은 한 공공미술가가 마을에 작업실을 차리면서부터다. 

그림을 통해 희망을 나누는 거리미술가들의 모임인 ‘인천희망그리기’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우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철거를 앞두고 흉흉해진 마을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그는 자비를 털어 주인 없는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곧 허물어질 마을에 웬 그림이냐며 타박하던 어르신들도 

멋스럽게 변신한 담장을 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이는 남몰래 자신의 주소가 적힌 쪽지를 슬쩍 건네고 갔다.  


그렇게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본격적으로 벽화마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험한 계단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로 변신했고 

골목 어귀마다 정답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이 그려졌다. 

콘크리트와 페인트가 얼기설기 말라붙은 담벼락엔 푸른 나무가 

가지를 뻗고 탐스런 해바라기가 꽃을 피웠다. 

동네 꼬마들의 동무가 되어줄 앙증맞은 고양이와 강아지들도 여기저기 장난스레 숨었다.  


스산한 동네 풍경에 잠시 멈칫거리던 걸음도 벽그림들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아무리 허름하고 너절해도 이곳은 분명 사람 사는 동네라고, 

담장에 그려진 색색깔 벽화들이 이야기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