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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인천2016년 3월호]모닝커피 한 잔 -열우물에서 미술하는 사람으로 살기

왕거미지누 2016. 3. 2. 22:43

굿모닝인천 2016년 3월호 


모닝커피 한 잔 

열우물에서 미술하는 사람으로 살기

이진우 화가, 거리의미술 대표

 

나는 부평구 십정1동 열우물마을에서 마을에서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오고 있다.

열우물마을은 얼마전에 끝난 응답하라 1988’에도 나오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SBS드라마 가면에 나오던 장소이기도 하다. 덕분에 중국관광객이 조용히 다녀가기도 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마을이 무슨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다. 달이 여기만 뜨는건 아니겠지만 암튼 달동네라고 하면 쉽게 이해를 하실려나.

20여년 전 전철역이 가깝고 방값이 싸다는 이유로 와서 어찌 살다보니 집이야 부근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지만 그림 그리는 작업실은 여전히 이 동네에 두고 이동네 사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곳 열우물마을은 25년이 넘게 재개발이 추진만 되고 있다가 최근 국토부와 인천시, 부평구가 뉴스테이 사업방식, 즉 기업형 임대주택 방식으로 개발하기로 추진 중이다. 대체로 재개발이 추진되는 순간 동네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곧 개발할 텐데 무엇을 고치겠는가. 수도가 터지거나 지붕에 물이 새는 급하고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두게 된다. 이렇게 동네가 망가져 가는 상황을 보다가 화가로서 동네를 위해 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1997년 첫 벽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2년이 되어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열우물길프로젝트를 하게 되었고 우리동네는 왜 안해주냐, 이쪽 골목도 하는 게 좋지 않는가, 마을사진을 찍는 사진가도 참여하고 동네어르신들을 인터뷰할 미디어 작가도 참여하고 마을을 스케치하고 이 그림을 전시하는 모임도 생겨나고 지난해에는 제11차 열우물길프로젝트까지 진행하게 되었고 어느덧 벽화마을로 알려지게 되었다.

 

나의 여섯 번째 개인전 이진우의 풍경 -열우물에서3’ 은 이곳 마을, 화실 부근에서 동네를 그린 벽화와 동네를 그린 수채화 그림을 동네의 벽에다 전시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벽화를 보는 그 장소에서 보이는 동네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은 벽화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면 아하~ 하고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이 동네는 어느새 젊은이들은 돈 벌면 이 동네를 떠나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만 남아 있다. 골목길, 계단길, 비탈길은 어르신들의 움직임을 집주변으로 한정짓는다. 집과 집 앞 골목, 그리고 새로 소나기라는 이름의 사랑방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시는 게 전부이시다. 이제 재개발이 한다니깐 가라면 가겠다시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정을 주고받은 이웃들이 있어 살 때 까지는 살고 싶어 하신다.

 

처음에 왔을 때 보니까 온통 공동묘지야. 논도 많고. 둘러보면 집이 하나도 없었어. 뜨문뜨문 집이 있었고 석유 사가지고 와서 화장화고 그랬던 시절이야...식수는 바가지 우물이 있어서 거기서 물 퍼서 밥하고 그랬지. 그 후에 수도가 들어왔고 애들 데리고 사느라 바빴지...여기가 재개발 된다고 하는데 되 가 말만 하면 그러고 손주가 뭐라고 하기만 하면 눈물이 나. 앞으로도 여기서 사는 게 좋아. 아프지 말고 잘 살았으면 됐지. 뭐 있겠나. 가슴 아픈 꼴만 없으면 되지.”

-열우물 최00 어르신의 삶의 기록

 

지난해부터 마을어르신과 함께 미술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들의 소중한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마을어르신들과 미술로 즐겁게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미술매체를 손에 익히는 과정, 그리고 집 숟가락, 그릇 그려오기 같은 일상의 사물을 숙제로서 그려왔다. 어르신들께서도 그림을 안배워서 못해 라고 말씀이야 하시지만 집의 문을, 집에 있는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을 쓱싹쓱싹 그리시기 시작했다. 아울러 마을을 사진 찍거나 동네를 스케치하고 마을축제에서도 전시를 하였다. 이렇게 미술을 당신들의 삶속으로 끌어 들여왔고 그안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올해는 좀더 당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그림으로 미술로 담아내고자 한다.

 

나는 동네가 왜 좋은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동네를 위한 무슨 거창하고 위대한 담론이나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동네에 있는 화가로서 동네에 좋음 직한 미술을 하는 것이 좋다. 내게 동네는 거대한 미술의 벗이다. 나와 내 이웃이 살고 있기에 내 마음이 가는 풍경이고 여기서 동네를 그리던, 사람들과 함께 그리던, 어르신들과 함께 그리던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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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새긴 한구절

 

웃으면 복이 와요!! (笑門萬福來)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무리지어 웃을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기도 한다. 영국의 철학자인 버드란트 러셀은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다. 웃다보면 삶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혼자서 키득키득 웃을 건 없지만 사람들과 있을 때는 열심히 즐겁게 웃어보자! 우리집의 가훈은 즐겁게 살자!’이다. 뭘 하던 즐겁게 하다보면 그 일이, 그 시간이, 그곳이 행복함 넘치는 곳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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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커피 한잔은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잡지 '굿모닝인천'에 

실리는 에세이글인데 3월호에는 필자의 윗글이 실리게된다. 
아마도 나왔을지 모르겠다만 글은 이렇다. 


-------아래 ---------------

드디어 기자로부터 굿모닝인천 5부를 우편으로 받았다. 

한부는 집에 두고 화실에는 ...다 어디로 갔나 

암튼 굿모닝 인천 PDF파일을 다운받아서 나 나온데만 캡쳐했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