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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냐 광주-인순이의 노래

왕거미지누 2017. 8. 22. 02:42
인순이 5집 - 아름다운 우리나라/여기가 어디냐 (1984.04.20)
《여기가 어디냐》는 "광주"라는 단어가 포함된 버전과, 없는 버전 두가지로 실려 있다

80년대 어느때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라디오에서 
여기가 어디냐 광주- 라는 인순이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땡전뉴스가 나오던 시절, 
광주광주 하고 노래를 하는게 가슴뭉클하기도 하고 
광주광주 하고 노래를 해도 되나 싶기도 했었다. 


[펌글] 여기가 어디냐"
 
12월의 첫날 광주에 첫눈이 왔다. 나이가 들어도 첫눈은 여전히 반갑다. 창밖으로 하얀 눈발이 날리는 것을 보고 외투를 걸치고 나가 광주역 주변을 한참이나 걷다가 들어왔다. 첫눈을 보면서 바다가 앗아간 생때 같은 자식 생각에 눈물을 흘릴 세월호 유족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렸다.
 
첫눈 오는 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 퇴근 후 가까운 친구들과 만나 술집으로 몰려가니 거기도 북새통이다. 술자리는 2차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한 친구가 '안동역에서'라는 트로트곡을 불렀다.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이란 가사와 친근한 멜로디가 중독성이 있다. '안동역'을 저마다 '광주역'이나 '순천역'으로 바꿔가면서 그 노래를 한 차례씩 불렀다. 노래 속에서 약속한 그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안동역에서'는 올해 가장 히트를 친 트로트곡이다. 이 노래는 지난 2008년 나왔으나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올 들어서야 빛을 봤다. 가수 진성은 이 노래로 최근 열린 MBC '가요베스트' 연말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했다. 이 노래 작사가인 김병걸 씨는 지난 10월 '자랑스런 경북도민의 상'을 받았다. 이 노래가 뜨면서 경북 안동시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올 여름 휴가철에는 안동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안동역은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대에 맞춰 이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올 여름에는 안동역 광장에 노래비도 들어섰다. 노래는 역시 힘이 세다.
 
우리 지역에도 그런 노래가 있었다. 가수 인순이가 1984년에 부른 '여기가 어디냐'가 그것이다. 1984년이면 전두환 군부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다. 당초 제목은 '광주 광주'였으나 시대 상황을 감안해 앞에 내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가사의 '광주 광주 다시 보자'가 '정든 내 땅 다시 보자'로 바뀌기도 했다. 방송은 제풀에 꺾여 이 노래를 내보내지 않았다. 사실상 금지가요가 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지고 만다.
 
"여기가 어디냐 꿈 속에 그리던 곳/꿈을 버리고 무엇을 찾아 나 여길 떠났던가/광주 광주 다시보자 눈물이 앞을 가리네/나 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 주었냐//여기가 어디냐 추억이 숨 쉬는 곳/정을 버리고 누구를 따라 나 여길 떠났던가/광주 광주 다시 보자 너도 많이 달라졌구나/나 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 주었냐//여기가 어디냐 어머님 계시던 곳/정이 그리워 꿈이 그리워 나 여기 다시 또 왔네/광주 광주 다시 보자 내 어찌 너를 잊으랴/나 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 주었냐"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문민정부가 출범하고 1994년 3월 15일 광주문예회관에서 KBS 1TV의 '열린음악회' 녹화가 있었다. 1800석인 객석을 꽉 채우고 복도에도 사람들이 들어찼다. 인순이가 마지막으로 나와 '여기가 어디냐'를 열창했다. '광주 광주 다시 보자 내 어찌 너를 잊으랴…'라는 대목에서 만원 관객들이 폭발할 듯 열광했다. 예상 외의 반응에 인순이도 깜짝 놀랐다고 당시 신문은 전한다.(경향신문 1994년 3월 19일자)
 
이 노래의 작사가는 서판석 씨다. 목포 출신인 그는 '여기가 어디냐'를 만들어 자신이 운영하는 프로덕션 소속인 인순이에게 준다. 그는 1970년대에는 가수 남진의 매니저로도 일했다. 남진이 나훈아와 쌍벽을 이룰 때 남진의 팬클럽을 결성하고 관리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그가 작사한 노래 중 히트한 것만도 50여 곡이나 된다. 작곡가인 박인호(본명 박문영) 씨는 '독도는 우리 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작곡한 사람이다. 서울대 건축과 출신인 그는 KBS 라디오 PD로 일하며 '안녕하세요 황인용 강부자입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가수 겸 작사ㆍ작곡가인 반야월이 그의 부친이다.
 
이 노래에 얽힌 얘기를 듣기 위해 노랫말을 쓴 서 씨를 어렵게 찾아 통화를 했다. 그는 지금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평의원 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노래의 가사가 5ㆍ18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는 DJ가 미국에 망명하고 있을 때다. 그러고 보니 노래 가사 중 '나 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 주었냐'라는 대목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서 씨는 가수 김혜연에게 '광주 광주'라는 제목으로 이 노래를 다시 부르게 했다며 CD를 보내 왔다. 광주 야구장에서 응원가로 불러도 좋을 정도로 경쾌하게 편곡을 했다. 인순이 노래보다 아무래도 깊은 맛은 덜하다.
 
30년 전에 인순이가 부른 '여기가 어디냐'는 잊혀진 광주 노래다. 지금도 노래방의 목록에 없다. 온갖 차별을 받고 자라 가수로 성공한 인순이가 열창한 노래는 1980년대 광주의 설움과도 맞닿아 있다. 이 노래에는 암울했던 시절의 광주가 있고 DJ의 혼이 살아 숨쉰다. 이제 광주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목놓아 부를 수 있도록 관계자들이 조치를 했으면 한다. 내년 봄에는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신나고 흥겹게 '광주 광주'를 불러도 좋을 것이다.    (14. 12. 5 전남일보 박상수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