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미술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공공미술, 마을미술,벽화,타일벽화,문화예술교육,벽화강좌,참여미술,거미동,기업사회공헌활동

▶공공미술-타일벽화◀/리뷰&기고&출연

[굿모닝인천 3호] 바야흐로 골목의 시대-골목을 사랑한 화가

왕거미지누 2023. 3. 15. 19:10

 

 

트렌드 인천 2023- 바야흐로 골목의 시대(2023년 3월호)


거리의 미술
골목을 사랑한 거리의 미술가

골목 경제, 골목 도보 여행, 골목 벽화···, 바야흐로 골목의 시대다. 
구불구불 비탈진 골목으로 발길이 이어지고, 
젊은이들은 ‘서울 출세’보다 ‘로컬이 대세’라며 원도심의 오래된 골목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배짱 좋게 세운다.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는 “경험에 기반한 오프라인 상권의 미래가 
바로 골목상권”이라며 
“개성 있는 골목이 도시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인천에는 몇 개의 골목이 남아있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몇 개의 골목길을 걸었을까. 
이번 호에는 골목에서 저마다의 가치를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글 최은정 본지 편집위원│사진 유승현 포토 디렉터


거리의 미술가, 이진우(59) 작가를 만난 건 철거가 임박한 동네 한복판이었다. 
주민들이 떠나 텅 빈 하늘엔 ‘산곡재개발정비사업구역, 

자진 이주 기간 2023년 2월 20일까지’란 현수막만 나부꼈다. 
그도 지난해 말 화실을 정리했다.


“제가 지금 유령 같아요. 회색 도시를 정처 없이 배회하는 ‘한낮의 유령’.” 
작가는 셔터를 내린 화실을 얼마간 바라보다 좁고 긴 골목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두부를 자른 것처럼 골목이 반듯해요. 
1940년대, 인천육군조병창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영단주택입니다. 
광복 후에도 부평 일대 노동자들의 집이었어요.”
2017년 여름, 골목 귀퉁이에 ‘거미화실’을 차렸다. 
“‘거리의 미술’이고, 클 거巨, 아름다울 미美 해서 큰 그림이란 뜻도 있어요. 
제가 주로 마을 벽화를 그리니까.” 
산곡동의 낡고 오래된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골목길 모퉁이의 화단, 고추 말리는 할머니, 시 한 구절…, 

그의 시선은 응당 골목으로 향했다. 
그곳엔 온기가 가득했다.

그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벽화를 손바닥으로 꾹꾹 누른다. 
“멀쩡했는데 할아버지가 나가시니까 갈라지고 들뜨네요. 
사람이 떠나면 그래요. 안에 온기가 빠져버리면 티가 나요. 
집주인 할아버지가 참 좋아하셨는데.” 
사시사철 봄이던 벽화 꽃길에 스산함이 감돈다.


지난해 말, 그는 ‘산곡동 연작’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5년, 눈으로 담은 골목의 풍경을 틈틈이 화폭으로 옮겼다.
 “조바심이 있었어요, 없어지는 것에 대한…. 그리워도 다신 볼 수 없잖아요.” 
골목 한가운데에서 세상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를 그리는 이 작가, 
그의 그림은 머지않아 사라질 골목에 대한 기록이고 곧 역사가 될 것이다.

 

이진우작가는 2017년 여름 골목 귀퉁이에 '거미화실'을 차렸다. 재개발이 추진되며 셔터를 내린 화실 앞에서, 화가는 얼마간 말이 없다.

 

산곡동 연작-화실 앞(이진우, 50x25cm, watercolor on paper, 2021) 골목엔 늘 온기와 다정이 넘쳤다.

 

산곡동 연작-골목 이야기(이진우, 53x38cm, watercolor on paper, 2021)그의 시선은 응당 골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