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화가가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
거리의 미술 동호회 운영자 이 진우 씨
전시회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고급미술에 반기를 든, 이른바 ‘퍼블릭 아트’가 요즘 대세다. 삭막한 아파트 외벽이 개성 있는 무늬와 그림으로 새 단장을 하고 도로와 담장도 고운 천연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거리가 캔버스요 전시장이며 일반 시민과 행인이 관객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거리 미술의 선봉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다. 거리의 미술 동호회 운영자 이진우 씨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구경해 보자.
‘거미동’ - 아름다운 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의 모임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미술을 전공했거나 그림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이렇게 자원봉사로 작업을 할 때 얻는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나눠주는 것이고, 몸이 건강한 사람은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도와주는 것처럼 자기가 가진 재능으로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은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준다는 점에서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눔 미술로 세상에 아름다움을 퍼뜨립니다
민중미술 2세대 작가인 이진우 씨는 학생 시절부터 시위현장의 걸개그림을 그리며 그만의 미술 철학을 만들어왔다.
“미술이 먼저 사람 속에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고상하게 전시장 안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미술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예술도 변했다. 그 또한 수채화를 전문으로 하는 개인작품활동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역시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숨쉬는 미술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때 ‘벽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삭막한 공간을 변화시키는 벽화야말로 사람들 한 가운데 서 있는 미술이니까요.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또 그 곳을 지나는 누구나 다 볼 수 있잖아요.”
97년, 그는 마음이 맞는 동료화가들과 ‘거리의 미술’팀을 꾸렸다. 그 때까진 일종의 미술문화활동이었던 것이 2000년 한 포털 사이트에 거리의 미술 동호회를 개설하고 나서는 좀더 포괄적인 형태의 나눔 미술로 발전했다. 그리고 그는 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거리에 아름다운 삶의 색깔을 입히는 화가
거리의 미술 동호회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벽화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의뢰를 해올 경우 찾아가 자원봉사를 해주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자발적으로 기획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열우물길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공공사업은 이진우 씨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이기도 한 인천 십정동을 대상으로 벌써 5년째 진행 중이다.
“인천 같은 대도시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래된 산동네죠. 얼마 전 재개발 지구로 선정되면서 빈 집도 많아졌어요. 그렇지만 아직도 없이 사는 분들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이고 아이들에게는 뛰어 놀 수 있는 골목이 있는 곳이잖아요.”
몇 년 후면 사라질 동네에 정성껏 벽화를 그린다는 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야 어쨌든 오늘도 변함없이 고달픈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주민들에게 이 곳은 너무나도 소중한 보금자리다. 그렇기에 추레함 속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 작업이 그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오늘도 회색빛 세상에 오색을 입히기 위해 붓을 드는 이진우 씨. 날로 각박해지는 사회 분위기 탓에 거리의 미술 동호회의 참여율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그는 이 일을 멈출 수 없다.
“솔직히 물감으로 그린 벽화보다 담장에 우거진 담쟁이가 더 예쁘지요. 자연만큼 아름다운 게 있겠어요?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기 때문에 저희 같은 거리의 화가들이 필요한 거겠죠.”
올해도, 내년에도 마음을 담은 붓질로 세상을 가로막은 벽들을 하나하나 색칠해나갈 이진우 씨와 ‘거미동’.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벽화 속 아름다운 그림을 닮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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