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기획특집- 인천[50인 휴먼다큐·6]
인천 '공공미술프로젝트' 선구자 이진우씨
'철거 달동네' 희망 그리기… "아직 사람이 살아요"
원문보기: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501320#
[경인일보=정진오기자]'사람이 희망이다!'
이 말을 실현하기 위해 타고난 재능과 열정을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철거 대상 달동네 한 곳에서만 벌써 8년째 마을을 그림으로 꾸미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 '나눔 미술인' 이진우(47)씨.
이 씨의 생활터는 개발 예정지다.
사는 곳이 재개발 대상 지역이고, 작업실도 곧 헐릴 곳에 있다.
그의 활동공간 역시 대개가 소외 계층이 모여있는 곳이다.
인천대학교가 송도로 옮겨 간뒤 재개발 사업이 임박한
도화지구의 허름한 상가 건물 3층에 그의 작업실이 있다.
좁디좁은 계단 통로에 그려진 그림이 이곳이 그의 사무실임을 알려준다.
이씨는 미술 하나로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그가 맡고 있는 일도 그만큼 많다.
공공미술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 '거리의 미술' 대표를 맡고 있고,
미술로 희망을 전하자면서 만든 인터넷 카페 모임 '인천 희망 그리기'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인천 중구 노인복지회관의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하는 노인벽화사업단도 이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에는 개인전을 열 준비에도 한창이다.
이씨를 지난 8일 오후 인천 남구 도화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개발 예정지이고, 철거될 곳이라고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왜 하던 것을 내팽개쳐야 합니까."
이씨가 부평구의 대표적 달동네인 십정1동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희망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
재개발 계획이 서면 투기세력이 몰려들고,
동네는 온통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이런 곳일수록 예쁘게 가꿀 필요가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철거지역 주민들에게 알록달록한 그림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십정1동 일대는 2000년대 접어든 이후 여러 차례 개발 예정지로 됐다가 무산되기를 반복했다.
집주인도, 세들어 사는 사람도 그만큼 자주 바뀌었다.
동네가 참 팍팍해졌다.
미술이 이 동네 사람들에게 '청량제'가 되길 이 씨는 바란다.
어느 정도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고, 도와 주는 사람도 생겨났다.
▲ 이진우씨 등이 철거가 임박한 동네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넣고 있다. /거리의 미술 제공
그런데 아직도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 있다.
"아저씨, 여기는 곧 개발될 곳인데 뭐하러 그림을 그려요?"
재작년 십정동에서 여섯 번째 '열우물길 프로젝트'의 하나로 동네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데,
지나던 초등학생 아이가 내뱉은 말이다.
"어른들이 하는 말을 아이들이 배운 것이지요.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좋아하고 고맙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이게 우리에게도 희망이지요."
2002년도에 시작한 '열우물길 프로젝트'는 올해 제7차를 맞는다.
도중에 쉰 해도 있다.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할 올해는 '열우물 문화제'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1960~70년대 인천과 서울 등 대도시 철거지역 주민들이 옮겨와
이뤄진 산동네 마을의 옛 마을공동체문화를 다시금 되살리자는 취지다.
올해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동네 수리점'이란 것도 차릴 생각이다.
개발이 곧 될듯 하다가 무산되고는 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동네의 계단이나 골목길 곳곳이 성한 곳이 없다.
자칫 사람이라도 다칠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런 곳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드는 경비는 동네 교회 등 뜻을 같이 하는 곳에서 십시일반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씨가 하는 일 중 눈에 띄는 게 또 있다.
'인천 희망 그리기' 활동이다.
인터넷 카페 동호회인데, 회원이 500명을 넘었다.
미술이란 것을 매개로 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많다는 얘기다.
회원들은 주로 '벽화'라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동호회를 알게 된 뒤
함께 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씨가 대표로 있는 '인천 희망 그리기' 회원들은 작년에 여러 곳에 그림을 남겼다.
주로 노인보호시설 등이다.
동구 노인주간보호센터인 '희망의 집' 안에 그린 그림 중에 강아지가 한 마리 있는데,
치매를 앓고 있는 한 할아버지가 날마다 그 강아지와 처음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으로 뿌듯했다고 했다.
이씨가 '나눔 미술'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천 희망그리기' 회원들은 소외계층에 그림을 선물하기 위해 시간과 재능, 열정을 쏟는다.
전부 '공짜'는 아니다. 원하는 시설에서는 정작 중요한 '벽'을 내줘야 하고, 재료비도 부담해야 한다.
꼭 챙겨야 할 게 또 있다. 참여하는 회원들에게 밥 한 끼는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굶으면서 일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인천 희망 그리기 회원들은 활동을 하면서 주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고들 합니다.
우리가 오히려 정신적인 영역에서 더 큰 도움과 위안을 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인지 이씨는 '자원봉사'란 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나눔'이란 말이 더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서로 주고 받는 나눔이란 얘기다.
소외된 곳을 '나눔 미술'의 대상지로 삼는 이유도 명쾌하다.
▲ 이진우씨가 인천 남구 유원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에게 그림 그리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거리의 미술 제공
"벽화와 같은 미술이란 장르가 하나의 동네를 활기차게 꾸민다고 하면,
대상은 이미 결정나 있는 것 아닌가요.
활기차지 않은 곳에 그림을 그려 넣어야 하니까요.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곳에 그림을 그릴 곳도 없지만
그린다고 해도 눈에나 띄겠습니까."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이씨가
인천에 터를 잡은 것은 1993년이다.
미술단체의 사회미술팀 활동을 하면서다.
그리고 1997년에 인천에서 처음으로 벽화를 그렸고, 아예 팀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거리의 미술'. 12월 26일이었으니, 소위 IMF란 게 터졌을 때다.
"국가가 부도날 판이었으니, 그 시절이 제일 어려웠겠지요.
당시엔 '이 보다 더 상황이 나쁜 시절은 안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인과 두 아이들의 가장이기도 한 이씨는 '나눔 미술'을 하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15년을 일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함이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전기 관련 자격증도 땄다.
그러던 그가 작년에 돌연 직장에 사표를 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에서 쉽지않은 결정이었다.
'나눔 미술'과 개인적인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공공미술'이란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이 일을 '나눔'의 개념에서 실현한 이진우씨.
그는 "다같이 고루고루 잘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사람이 희망이다'란 끈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얘기다.
입력시간 2010.02.0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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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문화원에서 근무하는 영경이가 전화해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공공미술의 선구자 이진우씨~~해서 뭔말인가 했다
경인일보 오늘자 신문에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그제랑 어제 인터뷰해가고 사진을 찍었다
내딴에는 중구노인복지관 벽화사업단의 마을가꾸기 사업과
열우물길프로젝트의 기사를 나중에 싣고자 하였기에 응한 것인데
내 부족하게 한것에 비해 여기저기 알려지는 지나치게 감사를 누리고 있는거 아닌가 싶다
가벼운 벼이삭은 고개를 든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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