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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물사람들의 미술나기-문화예술교육비평

왕거미지누 2011. 4. 1. 08:03

원문보기: http://ohtest.cafe24.com/bbs/board.php?bo_table=001wb3

 

 

올 1월 어느 날, 부평구 십정동의 한 공부방인 ‘햇님방’에 이른 아침부터 동네 할머니들이 모였다. 지난 10년 간 가난하고 오래된 십정동 마을에 빛깔과 그림을 입혀온 벽화단체 ‘거리의 미술’이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는 ‘십정동 사람들의 미술나기’ 그림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유난히 추운 겨울, 온풍기와 바닥전기난방을 모두 켜 두어도 젊은 필자의 무릎이 시리다.


할머니들은 앞에 놓인 도화지 한 장씩을 거울 들여다보듯 바라보시며 자신의 얼굴을 그려나간다. 동그란 얼굴에 얇은 입술, 조그만 코와 단추 같은 눈, 그리고, 돼지꼬리 모양으로 파마머리를 그리시고 있다.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어떤 분은 얼굴의 동그라미를 그린 뒤 얼굴색을 꼼꼼히 칠하고 계시고, 어떤 분은 눈과 코와 입의 위치를 찾느라 한 참을 고민하신다. 얼굴이 그려졌으니 이제 다 했지 하는 분도 있고, 얼굴을 그렸으니 이제 목과 어깨와 옷도 마저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작업을 끝낼 줄 모르는 분도 있다.


몇 십 년 만의 호된 추위, 십정동 언덕동네에서 살아가시는 할머니들의 그림 수업시간은, 난로에 도시락을 올려두고 ‘가족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초등학교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곳은 그 초등학교가 아닌 동네의 공부방이고, 어린 아이들이 아닌 이제 70세에 이르고 지나는 연세의 동네 어르신들의 겨울나기의 한 풍경이다.


일주일에 하루, 두 명이건 다섯 명이건 차가운 날씨를 헤치고 수업에 나와 자신과 옆의 친구, 자신이 키워 온 화분과 마음 속의 영상을 그림으로 옮겨 그리는 작업이 적어도 50여년 정도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어르신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어색한 시간일 수도 있는데 할머니들의 표정과 작업은 피곤하거나 고민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날도 춥고, 집에서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이렇게 모여앉아 이야기도 하고, 간식도 먹고, 그림도 그리니 좋지 좋아”


“이곳에서 아이들 다 키워 보냈어”, “예전에는 이곳이 공동묘지자리여서 집을 새로 짓고 살기 시작했을 때는 수도도 전기도 놓을 수 없어 옆집에서 끌어다 쓰고 했어, 지금도 그런 집들이 있는 걸”


수업 후의 다과시간에 나눠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 속에는 할머니들의 인생과 지역의 역사, 현재의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이웃 같은 사람들이 준비한 할머니들의 겨울 미술수업은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도 나누는 따스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만난다. ‘그림 그리기와 삶의 이야기는 이렇듯 따로 다뤄져야 하는 내용일까?’





수업 초기에는 참가자가 잘 모집되지 않았고, 수업진행도 원활하지 않았다. 날이 춥고, 노인들의 거동이 불편한데, 단체의 협소한 작업실에서 이미 정해진 수업의 주제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은 한마디로 수업을 성립시키기 어려운 조건들이 더 많은 상태였다.


이 지원 프로그램에서 ‘컨설팅’ 제도가 운영되어, 수업의 진척을 위해 참가자들의 집과 일터를 방문하여 수업하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이를 받아들인 교육 운영자들은 참가자들을 찾아가 인사하고 대화하며 지역의 이웃들과 좀 더 가까워지는 과정 속에서 수업의 방식과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였다. 그 후 교육공간과 참가자들을 추려 남은 수업과정을 채워갔다.


지역민들과의 예술 수업은 지역민의 현실과 생애, 환경과 공동체적 미래를 위해 계획되어야 한다. 개인의 예술적 역량들이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될 수 있는 순환성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예술(강사)가 지역을 향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탐구하고 그 수업을 위한 환경과 과정을 스스로 구성해 가지 않는다면, 지역민의 문화예술교육은 경쟁과 형태중심의 학교와 학원교육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십정동에서의 미술로 겨울나기는 입춘이 지난 2월 25일(금) 수업의 작품들과 실로 미술활동으로 겨울나기를 하신 할머니들의 밝은 표정과 감상의 발표로 마무리되었다. 사진 속의 표정과 작품들은 이제 지역미술활동을 하는 ‘거리의 미술’의 진보를 위한 경험이자 십정동의 소중한 역사로 기록되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그려질 주민참여 벽화의 새로운 밑그림으로도 연상 되어지길 바란다. 이로, 지난 지역 활동의 노고를 제대로 조명 받고 활동가들과 지역민들이 성취감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도화지 속의 그림이란 삶의 현실과 인간의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것이고, 그림은 다시 현실 세계의 자유와 행복을 찾아가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은 거울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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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글은 부평문화재단에서 퍼온 것이구요

글들이 안보일경우 위의 원문보기를 눌러주세요

그리고 애정과 애정어린 비평을 해준 반지하의 드라마고에게는 많이 감사합니다

좋은 친구예요 ㅎㅎㅎ

 

사진속의 어머님들 얼굴은 우리동네에서 사시는 분들이니까 늘 보시는 분들이죠

지나가면서 인사하고 커피한잘할거냐고 물어보시는데 너무 달달해서...마셨어요 하지만

어머님의 마음은  이미 커피 몇잔이나 마신것입니다

다들 건강하시구요

올해는, 지금은 벽화를 하려고 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