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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이것저것◀/이진우의 동네걸음

이진우의동네걸음7-재개발 기다리며 허물어져간 빈집들

왕거미지누 2020. 6. 28. 20:05

[기획연재 -인천in갤러리 '이진우의 동네걸음-7' ]

(7) 담쟁이와 나무가 주인이 되는 집 

인천시 부평구 십정1동, 선린교회 사거리에서 부평여상 사이의 동네는 60년대 말, 70년대 초 서울과 인천의 철거 지역에서 옮겨온 주민들이 야트막한 산자락을 차지해 동네를 이루고, 그 뒤 주안 수출 5, 6공단이 들어서자 일터를 좇아 노동자 가족들이 모여들면서 저소득층 주거 밀집지역으로 급작스레 커진 곳입니다. 

이마을은 재개발을 한다, 다 밀고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한다...는 여러가지 말이 많으면서 골목 안쪽의 집들은 빈집이 되었습니다. 돈을 벌면 나가서 살게 되고, 자식이 나가서 살다가 결혼을 하면 부모님도 대체로 옮겨가서 집만 남겨두거나 아니면 팔아서 결국은 외지인이 집을 사고는 빈집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말을 듣지하니 서울산다는 사람은 혹은 부천이거나 같은 인천이지만 이동네에 와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집을 사고는 개발될때까지 묵혀둔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래도 길에서 가까운 집은 사람이 살지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집은 빈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빈집이 되면 쓰레기가 쌓이고 쌓여서 민원이 발생하고 구청에서 사람들이 와서 빈집을 치웠는데 쓰레기가 몇 톤차로 몇번이나 날랐다드라 이런 말이 오갔습니다. 물론 더 많은 집은 쓰레기를 버릴 사람조차 없기도 하였구요.  아래 그림도 그런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 

 

나무와 담쟁이가 사는 집 / 28*18cm / colored pensils on paper /2014

나무와 담쟁이가 사는 집 / 28*18cm / colorpensils on paper /2014

화실에서 마을주차장을 지나자 마자 보이는 골목입니다. 마을주차장에서 아주 가깝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집입니다. 담쟁이넝쿨이 대문을 덮은 집은 그리 오래지 않아 나간듯 노랑쓰레기 봉투에 이불, 담요, 베개 등을 담아 대문바깥에 내놨습니다. 신코를 해야 가져가는데 그냥 내놓기만 했나 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고양이들이야 야옹거리면서 지나다니고 대추나무는 신났다고 마구 가지를 늘리고 담쟁이도 신이 나서 대문을 덮고 개선장군인양 큰소리로 이제는 내집이다 초록으로 소리치고 있습니다. 

 

허물어진 집 / 28*18cm / permanent marker on paper /2013

허물어진 집 / 28*18cm / permanent marker on paper /2013

 

동네의 집들 중에는 어느덧 허물어지기도 해서 이제는 무너뜨려서 치워야 할 집들이 늘어납니다. 외지인이 동네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개개발의 차익을 노리는 것이어서 집이 허물어지든 부서지든 그리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기획부동산을 통해서 구입했던 이들은 지장물 조사때 우리화실로 와서 번지수를 내밀며 자신들의 소유주택이 어느꺼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건물들이 비슷비슷하거나 번지수가 같기도 해서 이집인지 저집인지 구분을 하지 못합니다. 한번 부동산따라 와서 봤는데 막상 와보니 어딘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나중에 보상을 받을때만 한번 제대로 알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출입금지 / 28*18cm / permanent marker, colored pensils on paper /2014

출입금지 / 28*18cm / permanent marker, colored pensils on paper /2014

빈집은 돌보지 않는 집은 결국은 썩어서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동네의 집 중에는 흙벽으로 지어진 집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돌보지 않아 큰비가 내리거나 비가 계속 오는 경우에는 결국에는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축대가 무너지면서 아래쪽 집을 덮친 경우도 있어서 신문에도 나고 헬로TV에도 나고 그랬습니다. 민원이 들어가니 구청에서는 출입금지테이프만 둘러놓았습니다. 돌보지 않는 집은 무너지지만 어떤 이들은 더 많이 무너지길 바랬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서 빨리 재개발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