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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이것저것◀/지누의 이저런이야기

오동꽃 오동나무.....그리고

왕거미지누 2009. 5. 15. 21:27

오동꽃...그리고  

------- 2009년 5월 14일 옛시민회관 공원에서 오동꽃을 만나다

 

1.

우리집에는 대밭이 있었다

바람이 불때면 서스럭서스락 소리를 내는 대밭은

밤에는 무서운 것들이 내는 서스락서스락 소리이기도 했다

옆 양석이네 집 사이에는 돌담이 있었고 우리집쪽으로는 대밭

대밭에는 김장무렵에는 무우청이 여러개 걸려서

겨우내 구수한 씨레기국이 되었다

대밭 너머 양석이네 집과의 돌담에는 큰 오동나무가 있었다

한해(할아버지)는 딸을 나면 오동나무를 심는다고 했다

시집갈 때는 베어서 농짝을 만들어 갔다고 하셨다

초등학교 때 한해는 오동나무를 베었다

시집갈 고모도 없었고 막둥이는 간난이였다
 


 

2.

그 산밭에는 늘 감재(고구마)를 심었다

나무그늘맡에는 일찍 북감재(감자)를 심어 하지무렵에는 걷어묵어서  하지감재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밭은 산 능성이를 따라서 휘어졌는데 중간에 좀 움푹 패였다

그래서 그 자리로 비온뒤에 땅이 패였다

아부지는 방천을 쌓고 오동나무를 심으셨다

오동나무는 한해한해 키가 퍽퍽커서 몇년만에

아주 껀정한 놈이 되었다

 


 

3.

동신고

학교안 매점에는 250원하는 국밥, 짜장이 있었지만

국물만 사서는 도시락밥을 넣고 말아 먹는 맛이 제법이었다

양배추만 잔뜩 들어간  짬뽕국물이었지만

촌놈이 광주로 유학와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광주의 맛이기도 했다

매점 앞에는 언덕이 있었고 그 언덕에는 큼직한 오동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오동나무 큰 잎사귀에 빗물이 맺어있다가

큰방울로 떨어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국물에 밥말아 묵고도 괜히 센치해지곤 했다
배부른 센치를 말해주던 오동나무 큰 잎사귀

 

지금은 배부를 때는 절대 센치해지지 않는다

그저  돼지같으니라고 ...ㅎㅎㅎ


 

 

4.

장충동 성당

우리회사는 장충동 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의류회사였다

나는 그곳에서 의류프로모션 사업이라는 것을 거의 맨땅에 헤딩하듯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몰라서 너무 용감하고 그 보다 더 무식하였던 시절

어쩌다가 간 장충동 성당

아주 커다란 오동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잎도 아아주 널다래서 그 그늘아래 긴의자가 있었고

거기에서 조용조용하게 이야기 하기 너무 좋은 장소였다

바람도 서늘서늘하게 불어주는 곳이었다

 

5.

이게 오동나문줄 몰랐어

이렇게 이쁜 꽃이 오동꽃인줄 몰랐어

이렇게 이쁘다니

이사람은 연방 감탄과 탄성이다

나도 모르게 시큰둥해진다

다시 내게 묻는다

 

이게 화투의 똥이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