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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판화 박충의님의 전시안내~!!

왕거미지누 2006. 6. 6. 01:13
 
돌판화 박충의님의 전시가 진행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석 바랍니다.
 
 
 박충의 - 6회 개인전
 
 겨울 논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파트 택지개발로 인해 파헤쳐져 황량한 들판을 쉽게 만난다. 거대한 개발의 바람이 농촌을 뒤덮고 있다.
 
길가에는 슬레이트 지붕이나 시멘트 기와를 인 옹색한 집들이 모여 있고 집 앞에 나와 앉아 있는 노인의 무표정한 얼굴은 쓰러져가는 집들과 서로 닮아 있다.
 
소처럼 살았던 삶과 이제껏 땅과 함께 했던 기나긴 여정은 짧은 순간 종말을 고하고 있다. 깊은 시름도 잠깐, 이내 낯선 생존방식을 구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개발이 미치지 못하는 산골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그러나 택지개발현장 한 켠으로 펼쳐진 겨울 논벌은 평화롭기만 하다. 논밭 위로 트랙터 바퀴자국이 만든 갖가지 물빛 형상들에서 농촌의 우울한 단면을 발견한다. 그것은 아무리 지형이 변한다 해도 변치 않을 강인한 생명력과 비장함이 반영된 형상이다.
 
비록 붓 한 자루의 기교일지라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을 맞으며 논두렁에 올라서서 붓 춤추며 부활을 기다린다.   - 전시 도록에서
 

 
도록에 실린 작가이야기 - 김한나 (13세 어린화가)
 
  '박충의 화실'이라고 쓰여져 있는 문을 열면 박충의 선생님이 작업하시는 모습과 함께 그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분의 화실은 밝고 따뜻하고 벽은 누런 초배지로 덮여 있습니다. 박충의 선생님이 그리고 있는 그림들과 아주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제가 두 번째로 그곳에 간 날 눈이 내렸습니다. 유리창을 통해 눈을 보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보자". 하나의 창이 더 있었던 것입니다. 초배지로 덮여있던 문을 열자 바로 앞 베란다에 항아리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뒷집의 감나무와 묘한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수채화 같았어요. 눈 내리던 그날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누군가 얼핏 보고 거기 있는 그림들이 모두 요즘 현대인들이 많이 보지 못했던 시골 풍경, 고향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만 느낀다면 그 사람이 느끼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저는 그 그림들 모두가 농촌 풍경과 함께 없어져가는 소중한 것들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촌이 없어지면서 함께 없어진 것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의 정겨움, 인심, 인간적인 생각도 같이 얼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림들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밭이 공사장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그것이 어찌 환하고 밝겠어요? 현대인들이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농촌 풍경만을 표현하려 했다면 아마 봄을 맞은 시골풍경, 논 풍경을 그렸을 겁니다. 그림 안에는 현실의 암울하고 얼어있는 땅, 농촌사회가 봄 그리고 희망을 기다리는 마음을 물과 땅이 숨을 죽이고 다시 봄과 호흡하고 싶어 기다리는 것에 비유해 그린 것이 숨어 있습니다.
 
  그림 안에는 보다시피 물과 있는 논과 흙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더 유심히 살피면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림 안의 모양들을 찾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이번 그림들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겨울 논에서 발견한 사람 이미지를 구체화시킴으로서 생명에 대한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제가 되는 사람을 강조하고 흙의 질감 표현은 흙을 직접 사용하면서 땅과 사람을 복합적으로 나타냈다고 합니다.
 
   박충의 선생님은 이번 전시 주제로 사람들을 살리는 생명의 노래를 논과 땅에서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림들 중 '그루터기'라는 그림은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그림입니다. 드넓은 논 뒤로 부유해 보이지 않는 집들이 있는데 만약 논 뒤로 높은 빌딩이 있었다면 어색할 것 입니다. 하지만 전 빌딩 앞에 논이 같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농촌 그림을 보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그와 달리 박충의 선생님 그림들은 우중충하기도 하고 쓸쓸하며 불안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림들을 보면서 생명을 탄생시키는 농촌과 논, 곧 땅을 죽이려는 시멘트와 같은 무분별한 개발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슬픕니다. 이번 기회에 농촌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혜원 갤러리(422-8863)
   6월 8일(목)~6월 21일(수)
   초대일시 6월 8일(목) 오후 6:00
 


혜원 갤러리 위치
주안역을 기준으로 구시민회관 사거리를 지나 계속 직진하면
왼쪽편으로 귀빈예식장이 나오고 좀더 직진하면 왼쪽편에 신경외과 건물이 나타납니다.
신경외과 건물 1층이 바로 혜원 갤러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