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의 작은山行7 -문학산 [예전의 시간을 걷다]
2007년 1월 25일
지난번 청량산 꼭대기에서 떡하니 보이는 산,
퇴근후 청학동으로 간다
가능한 산쪽으로 오르니 청학풀장유치원이다
아파트에도 오던 노란색유치원 버스가 바로 여기였구나
째째발거리는 노오란 유치원 앞에 차를 대놓고 산을 오른다
조금 오르니 이정표가 보인다
용현동 방향으로 향한다
정상의 정자는 되돌아 오는 길에 올라야지
능선길은 넓다
짚차라면 한대쯤은 그냥 다녀도 좋을길이다
능선길은 등산이 아니라 약간의 높낮이가 있는 길일뿐
그런데 시끄럽다
청학유치원에서는 어린이들이 떠드는 소리였지만
능선을 올라오니 북쪽아래의 제2경인고속도로의 찻소리가
굉음에 가깝다
청량산의 터널공사 소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동차소리가 이토록 강력한 소음이라니...
건너편 청량산은 안개에 희뿌연하다
안개가 가득해서 더 시끄럽기도 하다
갈색 떡갈나무잎사귀가 산을 덮고 있다
아직 떨어지지 않는 갈빛 나뭇잎도 떡갈나무다
능선길은 안개에 흙길의 껍질이 젖어있다
학익동 옥탑방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 몇개월은 그곳이 그곳인줄 몰랐다 바로 집옆인데도
그러던 어느날 문득 시내버스 안에서 그곳을 봤는데
이런~~정육점 색깔의 가게들이라니
여기가 그 학익동???? 인가 싶었다
호기심에 골목을 기웃거려보았다
그리고도 한달이상은 그 골목안을 들어가보진 못했다
옆건물의 옆건물만 지나면 그 골목인데도
그러다가 어느 오전11시 야채파는 트럭을 쫓아 그곳을 들어가게되었다
고등어를 샀던가 뭘 샀던가 모르겠지만
그곳의 사람들도 우리네 사람이어서 저으기 놀랐다
아침에 길건너편 목욕탕으로 가던 아가씨도 거기서 보게되었다
며칠뒤에는 그길로 쭈욱 지나 작은 하천까지 가 보았다
아무렇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길로 산으로 올라 약수터로 가곤했다
약수터는 문학산 중턱에 있었다
아내와 나는 물통을 들고서 그 약수터에서 가서 물을 떠오기도 하고
나 혼자 가는 날에는 산 능선을 따라 팔각정까지 갔다오곤했었다
그날의 능선은 꾸며지지 않는 길이었고
오늘의 길은 길 양옆으로 나무기둥을 심고 줄을 쳐놔서
더이상 산으로는 못가게 해놨다
그리고 길도 넓히고 비탈진 곳에는 계단도 만들어놨다
점점 산에는 계단이 많아질거다
계단, 산에도 계단, 아파트에도 계단
엘리베이터 고장나면 계단!!
용현동 방향으로 능선길의 끝은 군부대의 철조망이다
길을 더가면 바다로 갈것같은데 철조망이다
아쉽다 되돌아가야지
정상의 팔각정으로 가는 길에 다시 보는 커피아줌마
이번에는 손님이 열다섯명이나 된다 일행인듯
한잔 할까하다가 너무 많아서 지나친다
마치 애초부터 마실생각이 없었다는듯이 ㅎㅎ
팔각정에서의 전망도 별로다
중간에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통화도 끊어지고
여전히 희뿌연한 안개가 가득한 산과 도시
팔각정에서 잠시 머무루다가 다시 청학유치원방향으로 걷는다
아마 이쯤에서 술을 마셨었지 하고
숲을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어디인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인천노동자문학회 4기 문학교실 수강생들의 산행이 있었다
단합대회였는데
문학산 등산이었다
인노문에서 모여서 출발
산아래에서 잠깐만에 정상에 올라왔고
팔각정에서 남쪽 문학산 기슭에 자리했다
아마도 채 봄이 오기전의 봄이었다
문학산의 주안쪽은 추웠고
청학동 방향은 그야말로 바람도 없고 따뜻하였다
햇볕도 따스했고
가져온 음식과 술을 마시고
이야기 보따리 내놓고
오후내내 산 어디께에서 떠들어댔다
예닐곱명쯤이었는데
어찌나 즐거웠는지 낄낄거리다가 시간이 갔다
적당한 음식과
적당한 음주와
적당한 흡연과
무엇보다 따사로운 햇볕과 그리고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내놓는 이야기들
소풍이었다
즐거운 시간은 하루였는데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분이 있어 살아간다는 것
문학산에서
예전의 시간을 거닐다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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