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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원고] 생활 공간에서 만나는 벽화 (99년 봄호)

왕거미지누 2006. 10. 6. 00:44
생활 공간에서 만나는 벽화

아래의 글은 인천지역 미술계간지 [시각] 99년 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제작년까지만 해도 인천은 문화가 없다느니 서울의 후위니 하는 말이 많더니
작년부터는 그런말이 별로없다. 지난 해 현대미술초대전, 황해미술제, 영상예술제 등이
전국적 규모로 인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적어도 작가들, 평론가들, 문화지식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인천의 역량을
과시한 전시였다고 생각하고 나름의 자부심도 가지리라 생각이든다.
그러나 예전에도 미술 전시회와는 아예 거리가 없었고 지금에도
없는 대다수 시민 대중은 지난 해의 이러한 커다란 성과를 모르거니와 설령 말해준다
하여도 무슨 말을 하나,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 할 것이다.
lMF라는 건국 이후 초유의 어려움에 직면한 대다수 시민들은
'지금 문화예술이 뭐야? 당장에 생계가 문제지' 할런지도 모른다.
필자가 사는 이 동네도 많은 사람들이 실직 당했고 현재까지 어렵게 지내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전시회 보러가자고 했다간 욕먹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렇듯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문화적 욕구는 있다. 비록 전시회를 가지는 못할망정
미술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고 보기 좋은 건 보기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선후배 작가들은 무수한 고민을 갖고 창작에 임한다. 누구 한사람 허투이
작업하는 사람으 보지 못했다. 적어도 열정만은 가득 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 앞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는가. 예컨대
미술의 소통이 닫힌 공간을 주무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벽화제작은 바로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시키고 미술이 시민대중
속으로 파급되도록 하며 그 지역 시민과의 협의르 거쳐 제작됨으로써 미술의
바탕을 시민대중으로 넓히는데 의의가 있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인천에서 벽화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부평공단, 주안5,6공단, 남동공단 등 공단이 인천에서 주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환경미술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생산이
우선인 지역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동양화학, 대한제분 등에서 벽화를 제작하였다.
동양화학은 워낙 높은 곳에 그려진 그림이라 도로에서 보기에는 한계가 명확하고 그에 비하
여 대한제분에서 그려진 벽화는 갈매기와 파도, 조개와 해변 등이 조악하지 않게
그려진 그림이며 그 그림이 월미도로 들어서는 도로 위를 횡단하여 위치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보여진다. 그림을 보면서 월미도가 다왔구나 느낀다면
그건 필자의 생각뿐일까. 이외에도 월미도 군부대 담벽에 벽화가 그려졌다는 소식이
몇년 전 신문에도 실렸으나 누구 한 사람 그 그림을 보았다는 말이 없으니
지워졌나 생각도 든다.
인천지역에 벽화가, 시각적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95년 무렵에서부터다.
앞서 말한 벽화들도 이때 그려진 것이며 전문 집단에 의해 연수동 태안빌딩에
벽화가 그려지기도 하였다. 태안빌딩 벽화는 12층에 이르는 거대한 벽화이며
이후 수인 전철선이 운행되면 많이 볼수 있게 될 것이다. 이때부터 벽화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였으니 관교여중 교내외 담벽에 그려진 벽화, 이 벽화 바로 옆에 연수동방향으로
조금가서 우측의 옹벽에 인천을 상징하는 벽화가 있고 십정동 상가건물, 청소년 공부방
벽화 등이 제작되었으며 문학경기장 공사 칸막이벽, 길병원 응급센터 공사 칸막이 벽에도
그림이 그려졌다.
관교여중 벽화와 그 옆 옹벽 벽화는 차량 및 이동인구가 많아 여러사람들이
매일 보게 된다. 그림도 제법 무리없이 그려진 것이어서 나름대로의 환경미화
차원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길병원 응급센터 공사장
칸막이벽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그림을 확대 복사한 것들과 조선 후기
풍속화 풍의 그림인데 지나치게 미술적 요구를 무시하고 그저 예의상 그려놓은 듯 싶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보게되는 벽치고는 초라한 그림이다.
문학경기장 칸막이벽 벽화도 앞서의 벽화와 함께 비슷하다. 경기장 공사
칸막이벽이라 주제 소재가 명확해 스포츠에 관련된 좋은
그림을 그릴수 있었는데 어쩔수 없이 그려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외에도
주안 합동상사 외벽의 아마추어적인 벽화, 서구문화회관 앞 육교 부근 옹벽벽화,
주안 남초등학교 입구 벽화, 부평구청 인근 주택가 담장벽화, 해안도로변
한진건설(?)의 칸막이벽 벽화, 동인천의 상가건물 2층 벽화등이 있으며
근자에 이르러 방음벽들이 색상과 디자인이 세련된 패널로 설치되고 있어서 무엇보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것 말고도 필자가 파악하지 못한 벽화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벽화는 무엇보다 그린 작가의 작품이라기 보다 그 곳을 지나는
모든이의 작품이라고 봐야한다.
실제 제작에 있어서도 주변환경과의 고려, 건물주의 의견이 중시되며
직접 지역주민들이 참여 제작키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벽화는
미술을 대중 속으로 파급시키는 방법일수도 있고 역으로 미술의 진정한 향유자가
바로 시민대중 임을 알게 하는 민주적 미술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벽화가 요구되는 것은 지금의 거리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가령 산을 끼고있는 도로옹벽은 그 길이가 500미터가 넘는 길다란 벽임에도
처음 만들어진 그대로 시멘트몰탈 벽면이 많다. 이런곳에 벽화를 하지않고 어떻게
삭막한 환경을 우리아이들에게 물려 주겠는가.
벽화 제작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미술적 요구들을 높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환경을 아름답게 꾸며 아이들에게 선물한는 것이다.
필자는 올해에 들에 여러 개의 벽화를 제작하려고 하고 있다. 부평구청 실업대책실에서는
벽화를 공공근로사업의 한 분야로 설정하여 관내 많은 벽에 벽화를 제작하려고 하고 있는
데, 그 작업에 필자 역시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평구를 독특한 미술문화를
간직한 지역으로 만들려는 관계자 여러분의 의견에 전폭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안양 평촌에서 이미 시행한 바와 같이 지역적 특성도 없고 의미도 없는
사계절을 나열하는 등의 벽화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99년이 끝나고
대망의 2,000년대가 오려는 시기에 부평구는 벽화가 가득한 아름다운 지역으로
특화되기 시작하리라 본다.

인천은 공단이 많고 공단 이외의 지역에도 공장이 많다. 도로에도 넓다란
시멘트 옹벽이 늘어선 곳이 많다. 시청의 옹벽이 아마 인천을 대표하는
삭막한 벽일 테다. 따라서 벽화의 요구는 높다고 보여지며 이런 곳에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환경디자인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으로 벽화는 효과 높은 것이 되리라 본다.